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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하겠다는 기아차, 이유는 "퇴직자 평생 차 30% 할인해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월 경기 평택시 평택항 인근 차량물류센터로 로드 탁송에 나선 기아 수출용 신차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 뉴스1

지난 6월 경기 평택시 평택항 인근 차량물류센터로 로드 탁송에 나선 기아 수출용 신차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 뉴스1

현대차그룹 기아 노조가 부분 파업에 들어갈 조짐이다. 가뜩이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의 대미 수출에 ‘노란불’이 켜진 가운데 노조 파업이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지난 5~7일 사측과 단체협상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최종 결렬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부분 파업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오는 13일은 하루 2시간, 14일에는 4시간 단축 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가 이날 오후 늦게 13일 파업은 취소됐다. 노사는 13일 14차 본교섭에 나설 예정이지만 여전히 부분 파업 가능성은 남아 있는 셈이다.

쟁점은 퇴직자에게 제공하던 자동차 구매 할인(‘평생사원증’)이다. 기아는 그동안 25년 이상 근속한 퇴직자에게 2년마다 평생 30% 할인된 가격에 차량을 판매해왔다. 사측은 이런 혜택을 만 75세까지, 3년 주기로, 할인 비율을 25%로 조정하자는 안을 내놨다. 현대차 퇴직자는 차량 가격의 25%를 깎아준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 9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현대중공업에서 할인 받고 산 현대차를 중고시장에 되팔 수 있는 지 질문이 올라왔다. 사진 블라인드

지난 9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현대중공업에서 할인 받고 산 현대차를 중고시장에 되팔 수 있는 지 질문이 올라왔다. 사진 블라인드

지난 7일엔 사측이 퇴직자 전기차 구입을 2026년부터 적용하고 휴가비 인상, 주거지원금 확대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 측은 이를 거부했다. 업계에서는 노조원이 고령화하면서 ‘퇴직자 복지 축소’에 크게 반발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현대차 직원 할인 제도는 1990년대에 시작됐다. 당시에는 재고 해소와 사원 복지 차원에서 계열사 임직원과 직원 친인척을 대상으로 우대 조건으로 판매했다. 최장 30개월 무이자가 적용됐고, 근속 연수가 오래되면 할인율이 더욱 올라갔다. 이 제도는 현재까지도 이어져 현대중공업·현대백화점 등 옛 현대 계열사에도 5% 이상으로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사 간 평행선 대치를 보는 시장의 시선이 따갑다. 특히나 노조 파업으로 인해 출고 지연이 더 악화할 것으로 보여서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반도체 부품난 등으로 기아의 인기 차종인 쏘렌트·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차량을 인도받으려면 1년6개월이 걸린다.

이렇게 출고 기간이 길어지자 일부 차종은 중고차 가격이 신차를 앞지르는 현상도 나타났다. 차량을 출고 받아서 바로 중고 시장에 내놓으면 200만~300만원 웃돈을 얹어서라도 사가는 소비자도 생겼다. 온라인에서는 직원 할인으로 산 현대차를 중고 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지 묻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생산 차질이 장가회하는 가운데 파업 소식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가중시키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며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지 않을 정도로 (할인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석 원주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교수는 “퇴직자에겐 평생 1회 제공 정도로 줄여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아 노조 측은 이에 대해 “사측이 조합원들이 납득할 수 없는 안을 제시하며 교섭을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이어진다면 총파업 투쟁을 불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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