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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100장 사도 팬사인회 못 가는데…꿀정보 '팬싸컷' 실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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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지난 7월 19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본사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방탄소년단이 지난 7월 19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본사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매년 증가하는 음악 앨범 판매량 배경엔 통장을 탈탈 털어 앨범을 사들이는 국내외 팬들이 있다. 이들을 유인하는 동력 중 하나는 바로 앨범 공개와 함께 진행되는 팬사인회다. 앨범 한장이 팬사인회 응모권 한장과 같아, 간절한 팬일수록 앨범을 많이 산다. K팝의 상술이라고도 볼 수 있는 팬사인회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기점으로 더욱 진화하고 있다.

‘성공한 새우젓’ 되기 위한 앨범 100장 사기

팬사인회 공지가 뜨면 응모 기간의 앨범 판매량은 없는 날보다 크게 4~5배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기획사는 초동(발매 일주일간의 판매량) 기록을 위해 앨범 구매자 대상 쇼케이스와 팬사인회를 발매 첫 주말에 몰아 잡는다. 이 정도로 역부족이라면 전국을 돌며 팬사인회를 열 수도 있다. 기성세대가 보기엔 뻔한 상술일지라도 팬사인회는 K팝 팬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다. 팬들에겐 좋아하는 스타와 대면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기회고, 스타 또한 팬들에 고마움을 전하는 자리다. 소속사에서 팬사인회를 열지 않을 경우 팬들이 나서서 열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한다.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열린 팬사인회에서 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 뉴스1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열린 팬사인회에서 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 뉴스1

앨범을 산다고 모두 팬사인회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응모 기간에 구매한 후 당첨이 되길 기다려야 한다. 과거엔 줄세우기(구매 수량이 많은 순서)로 인원수를 자르기도 했지만, 요즘엔 추첨이 일반적이다. 한 아이돌 소속사 관계자는 “줄세우기는 소속사 입장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어 진행하지 않는다. 추첨 방식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유통 업체 등에서 명단이 넘어오면 그때 확인한다. 팬클럽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은 제외하고 재추첨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덕계못’(덕후는 계를 못 탄다), ‘성공한 새우젓’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팬사인회 당첨 확률은 낮다. 새우젓이란 수 만명이 모이는 행사에서 아이돌 눈에는 멀리 있는 팬들이 새우젓처럼 작게 보인다고 해서 생긴 용어다.

팬들은 당첨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음반을 많이 살 수밖에 없다.유튜브엔 아이즈원의 ‘블룸아이즈’ 앨범 100장을 사고도 팬사인회에 탈락한 팬의 브이로그가 있다. 과거 워너원 팬사인회에 참석한 팬은 “멤버들의 소고기 회식비인 150만원보다 비싸게 주고 왔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2006년 그룹 SS501 팬사인회에 몰린 팬들의 모습. 사진 중앙포토

2006년 그룹 SS501 팬사인회에 몰린 팬들의 모습. 사진 중앙포토

최근엔 앨범을 일정 수량 이상 구매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형태의 팬사인회도 증가했다. 이에 따라 생겨난 용어가 ‘팬싸컷’이다. 팬사인회와 커트라인의 합성어로, 안전하게 팬사인회에 당첨될 수 있는 최소한의 앨범 구매 수량을 의미한다. 트위터엔 팬싸컷 정보를 건당 2만원에 파는 계정이 있을 정도로, 팬들에겐 ‘꿀 정보’로 통한다.

팬싸컷이 실제 존재하는 지, 판매되는 정보가 사실인지는 불분명하다. 한 음반 소매업 관계자는 “팬싸컷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다. 운이 좋으면 3~5장 사고도 당첨되는 팬들도 있고 100장 사고도 탈락하는 경우도 있다. 많이 사면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건 맞다”고 말했다.

영상통화 팬사인회로 글로벌 팬까지

그룹 있지(ITZY)가 영상통화 팬사인회에서 팬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 유뷰트 채널 위드뮤

그룹 있지(ITZY)가 영상통화 팬사인회에서 팬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 유뷰트 채널 위드뮤

코로나 19를 지나면서 비대면 팬사인회도 새롭게 등장한 문화다. 앨범 구매자에게 응모 자격을 주는 것은 같지만, 전화로 하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참여할 수 있다. 영상 통화가 주는 친밀감이 각별하고, 녹화하면 다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팬들이 선호한다.

많은 아이돌 소속사가 오프라인 팬사인회와 영상통화 팬사인회를 병행하는 이유다. 영상통화 팬사인회를 진행하면 국내외 앨범 판매 물량은 대폭 늘지만, 팬사인회 진입 문은 더욱 좁아졌다. 최근 음반을 구매한 한 아이돌 팬은 “코로나 전에는 70~80장 정도면 당첨이 됐는데 지금은 ‘팬싸컷이 nnn장’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 팬사인회는 포기하고 포토카드 모으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간 앨범 판매량.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연간 앨범 판매량.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팬사인회 응모나 포토카드를 위해 음반을 대량으로 산 뒤 버리는 현상은 K팝이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문제로 꼽힌다. 현재 일부 판매처는 수령 대신 기부하는 옵션을 두지만 충분치 않다는 평가다. 앨범 기부를 받는 나눔코리아 중앙회 관계자는 “대형 아이돌이 컴백하면 기부 문의가 급증한다. 사진이나 포토카드를 빼고 기부하는 경우도 있는데, 전달하는 입장에서 난처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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