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500억 펠로시가 친노조? 아, 그대 이름은 ‘호구’

  • 카드 발행 일시2022.10.13

한국·대만 등을 순방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 9월 5일 노동절 성명을 발표했다.

역사상 가장 친노조적인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민주당은 노조의 보호를 받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번영으로의 길을 넓히겠습니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이자 진보적 리더로서 흠잡을 데 없는 말이다. 대통령을 앞세웠지만, 친노조 성향을 치면 본인 역시 당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전국노조 AFL-CIO가 매년 발표하는 정치인들의 친노조 등급표에서 최근 4년 연속 100%(점수로 봐도 된다)를 받았다. AFL-CIO 연례회의에 단골손님으로 참석해 축사를 했고, 노조 단체에서 정치헌금을 받았다. 2003년엔 미국의 전설적인 노동운동가 세자르 차베스(1927~93)를 기린 차베스상을 수상했다. 힘없는 저임 노동자들에게 펠로시의 강경 친노조 노선은 매우 고무적이다.

펠로시의 친노동 행보는 여기까지다. 노동자들과 함께한다는 그가 여느 노동자와 같은 삶을 살지는 않는다. 그는 의회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자다. 하원의원 중 가장 많은 22만3500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매년 공개되는 재산명세를 보면 그 생활수준을 알 수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 의원의 재산 규모를 정확히 알긴 어렵다. 자산 항목마다 최저가와 최고가만 기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펠로시 부부 소유의 나파밸리 와이너리인 진판델 레인의 자산가치는 500만~2500만 달러로 돼 있다. 가격의 범위가 무려 5배에 달해 정확성이 없다. 이를 놓고 미국 언론들은 저마다 추정치를 내놓는다. 2021년 USA투데이가 팩트체크를 했다며 펠로시의 순자산을 1억600만 달러라고 보도했다. 언론사 추정 액수 중 가장 적은 편이었다. 그걸 기준으로 하더라도 지금은 더 커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한때 페이스북에 2억 달러 가깝다는 포스팅이 게시됐다가 가짜뉴스로 분류돼 삭제당하기도 했다.

돈 많다고 시비 거는 게 아니다. 부자이면서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 편에 선다는 게 얼마나 정의롭고, 폼 나는 일인가. 다만 재산 형성 과정에서 이해 상충, 내부정보 유출 등 잡음이 있었는데, 이는 다음 기회에 소개한다.

그보다 관심을 끄는 건 펠로시 부부의 경영 스타일이다. 펠로시 부부가 소유한 와이너리를 보자. 포도 따는 근로자들을 고용하지만 모두 비노조원이다. 차베스상을 받았으니 차베스가 1966년 조직한 미국농장노동자연합(UFW) 소속 노조원을 쓸 법한데, 아니다. 펠로시 부부가 소유하고 있거나 출자한 호텔, 골프장, 레스토랑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비노조원을 고용하고 있다. 지역구 내의 호텔에서 파업이 일어나면 펠로시는 늘 파업 노조원을 지지한다. 2006년 파업을 준비 중인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 근로자는 “낸시 펠로시가 우리 뒤에 있다”며 동료들을 격려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펠로시 일가의 호텔, 골프장, 레스토랑 근로자들의 뒤엔 누가 있는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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