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감독 아니다…"네가 해" 마동석이 픽한 '범죄도시4'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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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무술감독을 거쳐 '범죄도시4'의 연출까지 맡게 된 허명행 무술감독. 그는 "'범죄도시4'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액션 테크닉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무술감독을 거쳐 '범죄도시4'의 연출까지 맡게 된 허명행 무술감독. 그는 "'범죄도시4'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액션 테크닉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범죄도시4'도 네가 그냥 연출해."
지난 봄 영화 '황야'를 찍던 허명행(43) 무술감독은 주인공 마동석으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고서 뛸 듯이 기뻤다고 했다.
1990년대 말 영화 '쉬리' 등의 스턴트맨으로 시작한 허 감독은 '범죄도시' 시리즈는 물론, '신세계' '아수라' '부산행' '신과함께- 인과 연' '공작' '백두산' '극한직업' '헌트' 등 100여 편의 영화에서 액션을 만든 충무로의 대표 무술감독이다.

100여편 영화에서 액션 만든 허명행 무술감독 #마동석 주인공 '범죄도시4' '황야'로 연출 데뷔 #황정민 '드루와' 신은 현장서 떠올린 아이디어 #"액션은 서스펜스" 철학, 심리물도 도전하고파

그런 그가 'D.P.' '지옥' 등 넷플릭스 흥행작을 만든 변승민 대표(클라이맥스 스튜디오)로부터 연출 재능을 인정받아, '황야'의 메가폰을 잡고 있던 중, '범죄도시'의 기획·제작자이기도 한 마동석으로부터 또 다시 연출 제안을 받은 것이다.
지진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한 액션물 '황야'(내년 하반기 개봉 예정), '범죄도시4'(내후년 개봉 예정) 모두 제작비 100억원 이상의 대작이다. 무술감독이 대작 상업영화의 연출을 맡는 건, 허 감독이 처음이다.

영화 '범죄도시2'에서 마석도 형사(마동석)가 범죄자와 격투를 벌이고 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범죄도시2'에서 마석도 형사(마동석)가 범죄자와 격투를 벌이고 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범죄도시2'에서 마석도 형사(마동석)가 유도 기술로 범죄자를 제압하고 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범죄도시2'에서 마석도 형사(마동석)가 유도 기술로 범죄자를 제압하고 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다음 달 '범죄도시4' 크랭크인을 앞두고 프리 프로덕션에 여념이 없는 그를 최근 서울 서교동의 영화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무술감독의 생명력이 짧다 보니, 영화 제작의 꿈을 갖고 계속 준비해왔는데, 운 좋게 연출 제안이 연이어 들어왔어요. 사실 연출 생각은 없었는데, 내가 잘하는 액션 장르라면 해볼 만 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저를 믿고 작품을 맡겨준 두 제작자에게 감사하죠."

'범죄도시4'는 김무열과 이동휘가 악역으로 등장하며, 주인공 마석도 형사(마동석)가 사이버 도박 등 디지털 범죄에 맞서는 내용이다. 허 감독은 지금껏 '범죄도시' 시리즈의 액션을 설계해왔던 만큼, 4편에서 무술감독과 연출을 병행하는 것에 큰 부담은 없다고 했다.
"상황과 동선을 보면 어떻게 찍어 편집해야 할지 머릿속에 떠올라요. 어릴 때부터 스승 정두홍 무술감독으로부터 훈련받은 결과죠. 4편에선 좀 더 업그레이드된 액션 테크닉을 선보이려 합니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관건은 끊임없이 등장하는 빌런들에 맞서는 마석도 형사의 액션을 어떻게 차별화해 가는가에 달려있다. 허 감독은 1편의 청부 액션에 이어, 2편에선 유도 기술을 배합한 마석도의 액션을 선보였다. 일본 야쿠자가 빌런으로 나오는 3편에선 어떤 액션이 등장할까.
"정장 입은 야쿠자의 흉포한 액션이 새롭게 느껴질 것 같고, 다소 힘겹지만 이를 끝내 무력화시키는 마석도의 액션이 볼만할 겁니다. 마석도에 맞서는 빌런들의 상황과 리액션을 다르게 하는 식으로 액션을 디자인하는 수밖에 없어요. 과잉 진압이지만 마석도니까 용인되는, 그 통쾌함이 시리즈의 정수잖아요."

영화 '헌트'에서 안기부 박평호 해외팀장(이정재)이 도쿄 도심에서 M-16 자동소총으로 북한 요원들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헌트'에서 안기부 박평호 해외팀장(이정재)이 도쿄 도심에서 M-16 자동소총으로 북한 요원들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헌트'에서 안기부 박평호 해외팀장(이정재, 위)과 김정도 국내팀장(정우성, 아래)이 격투를 벌이고 있다. 허명행 무술감독은 몸 사리지 않고 격렬한 액션신을 직접 소화한 두 배우를 칭찬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헌트'에서 안기부 박평호 해외팀장(이정재, 위)과 김정도 국내팀장(정우성, 아래)이 격투를 벌이고 있다. 허명행 무술감독은 몸 사리지 않고 격렬한 액션신을 직접 소화한 두 배우를 칭찬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최근 개봉한 영화 '헌트'에서 이정재 감독의 액션 디렉션은 '박력'이란 한 단어였다고 한다. 추상적 단어를 액션으로 구체화하기 위해 허 감독은 인물들의 직진하는 동선을 많이 만들었다고 했다.
"두 주인공이 각자 목적을 갖고 앞만 보고 달려가잖아요. 물러서지 않는 신념을 표현하기 위해 직진하는 동선과, 목적성이 뚜렷한 액션을 처절하게 그려내는 게 목표였습니다. 도쿄 총격신은 원래 권총만 갖고 싸우는 설정이었는데, 제가 감독에 제안해서 M-16 자동소총을 넣어 스케일을 키웠어요."

허 감독은 몸 사리지 않고 격렬한 액션신을 직접 소화해낸 이정재·정우성 두 배우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위험하니 대역을 쓰자고 해도 혼자 연습하다 다치기도 하고, 계단 격투신에선 서로 주먹을 피하지도 않고 타격 액션에만 집중했다. 기술적인 면 뿐 아니라 도전적인 면에서도 두 배우의 액션 감각을 높게 평가한다"면서다.

허 감독이 만든 수많은 액션 중에서 관객의 뇌리에 가장 깊게 박힌 건 '신세계'의 '드루와, 드루와' 액션 시퀀스다. 조폭 우두머리 정청(황정민)이 반대파 조직원들과 엘리베이터 안에서 처절한 싸움을 하는 장면이다.

많은 관객이 허명행 무술감독의 대표 액션신으로 꼽는 '드루와, 드루와' 액션 시퀀스. 조폭 우두머리 정청(황정민)이 반대파 조직의 급습을 받아 엘리베이터 문 앞까지 쫓긴 장면. 사진 NEW

많은 관객이 허명행 무술감독의 대표 액션신으로 꼽는 '드루와, 드루와' 액션 시퀀스. 조폭 우두머리 정청(황정민)이 반대파 조직의 급습을 받아 엘리베이터 문 앞까지 쫓긴 장면. 사진 NEW

"현장에서 순발력 있게 아이디어를 냈어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밖에 대기해있던 경찰들이 조폭끼리 혈투를 벌인 끔찍한 현장을 목격하는 걸로 마무리하자고요. '드루와'는 제게 익숙한 단어에요. 정두홍 감독이 저와 액션 합을 맞출 때 늘 '야, 들어와'라고 얘기하거든요. 이걸 찍은 뒤, 박훈정 감독이 제게 '연출해볼 생각 없어?'라고 물어보셨던 기억이 나네요."

액션 철학을 묻자, 그는 주저 않고 "액션은 서스펜스"라고 답했다. 드라마에 액션이 가미되는 상황에서 보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서스펜스를 만들어주는 것이 무술감독의 영역이란 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D.P.'의 군대 내무실 구타 장면을 예로 들었다.
"한준희 감독에게 내무실에서 그냥 때리고 밟는 건 하나도 안 무섭다고 얘기했어요. 그리고 벽에 삐죽 튀어 나와있는 못을 노리고 구타하는 걸 제안했죠. 그 장면에서 엄청 가슴 졸였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서스펜스와 심리를 담아야 제대로 된 액션 신이라고 봅니다."

'범죄도시4' '황야' 등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고 자신의 장점인 액션이 전면에 드러나는 영화로 감독 데뷔를 하지만, 허 감독은 언젠가 '아수라' 같은 심리물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100여 편의 영화를 하다 보니, 제 나름의 데이터베이스를 쌓았어요. 사람들의 심리를 다루는 이야기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궁극적으론 제가 몸 담고 있는 서울액션스쿨(회장 정두홍 감독)이 영화제작사로 성공해서 후배들도 꾸준히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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