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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또 0.5%p 빅스텝 인상…10년만에 기준금리 3%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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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0%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7월에 이어 사상 두 번째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다. 사상 첫 5회 연속(4·5·7·8·10월) 인상 결정이기도 하다. 이날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10년 만에 3%대 고지를 밟았다.

쉽게 꺾이지 않는 물가와 약세를 이어가는 원화가치가 한은의 보폭을 키웠다. 미국이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에 나서며 커진 한·미 금리 역전 폭도 한은의 등을 떠밀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0%로 0.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래 처음으로 0.5%포인트 인상을 한 지난 7월에 이은 두 번째 빅스텝 인상이다. 다만 이번 결정에서 주상영, 신성환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소수의견을 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美 3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한은도 빅스텝 

지난 8월 베이비스텝으로 보폭을 줄이며 숨 고르기에 나선 한은을 조급하게 만든 건 긴축의 가속 페달을 밟는 미 연방준비제도(Fed)다. Fed는 지난달 20~2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3.0~3.25%로 뛰었다.

한은이 0.5%포인트 인상에 나서며 격차를 줄이긴 했지만, 미국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높다. 하지만 한·미 금리 역전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지난달 Fed가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연말까지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25~4.5%포인트까지 뛸 수 있다. 지금보다 최대 1.2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Fed가 11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한은이 이번 달과 다음 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베이비스텝) 올릴 경우 한·미 금리 역전 폭은 최대 1.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었다. 금리 역전 폭이 커질수록 높은 금리를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환율 상승) 가능성이 커진다.

원화가치 하락은 수입물가를 더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다. 지난 11일 서울 외환시장에 원화가치는 전거래일보다 22.8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435.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에 빅스텝을 밟아 조금이라도 금리 역전 폭을 줄여 놓을 필요가 컸던 셈이다.

끈적한 물가, 유가도 다시 오름세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물가도 한은이 긴축의 보폭을 넓힌 이유다.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1년 전보다 5.6% 올랐다. 7월(6.3%)과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둔화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가격이 내려간 덕분이다. 하지만 외식과 가공식품처럼 한번 가격이 오르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품목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끈적한 인플레이션(sticky inflation)이 나타나고 있다.

물가 상승의 수요자 측 압력을 보여주는 개인서비스 물가는 6.4% 뛰며, 지난 8월(6.1%)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특히 외식 물가상승률은 9%로 1992년 7월(9%) 이후 3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향후 물가가 정점을 찍더라도 빠르게 내려오길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게다가 물가 상승 압력을 낮췄던 에너지 물가가 다시 들썩일 우려도 있다. 23개국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다음 달부터 일일 원유 생산량을 이번 달보다 200만 배럴 줄이기로 지난 5일 합의하면서다. 배럴당 80달러 선으로 떨어졌던 서부텍사스유(WTI)는 지난 10일 기준 배럴당 91.13달러로 다시 90달러 선을 넘어섰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96.19달러에 거래됐다.

기준금리 3% 시대, 주담대 8% 넘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문제는 앞으로다.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며 가계의 빚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은 지난달 말 연 7%를 넘어섰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분이 고스란히 반영될 경우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 8%를 웃돌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포인트만 뛰어도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6조 5000억원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대출자 1인 평균 연간 이자는 32만 7000원 증가한다. 만일 한은이 다음 달에도 빅스텝을 밟아 두 달 만에 기준금리가 1.0%포인트 뛰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13조원으로 급등하게 된다. 대출자 1인 평균 이자 부담액도 65만 5000원으로 늘어난다.

통화정책방향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2.50%에서 3.00%로 상향 조정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인해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과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정책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세계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 지속, 미 연준의 긴축 기조 강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경기 둔화가 이어졌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달러화 강세 기조 강화로 주요국의 통화 가치가 절하된 가운데 장기시장금리가 큰 폭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하였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금융불안이 나타났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국제원자재가격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 향방,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및 미 달러화 움직임,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소비가 회복 흐름을 이어갔지만 수출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성장세가 둔화되었다.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증가가 이어지는 등 개선세를 지속하였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은 지난 전망치(2.1%)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 둔화에도 개인서비스 및 가공식품 가격의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5%대 중후반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였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과 기대인플레이션율도 4%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환율 상승의 영향 등이 추가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 및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치(5.2% 및 3.7%)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경기 둔화에 따른 하방압력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 주요 산유국의 감산 등으로 상방 리스크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시장에서는 미 달러화 강세와 엔화, 위안화 약세 등에 영향받아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하고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순유출되는 등 외환부문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장기시장금리는 큰 폭 상승하였고 주가는 크게 하락하였다. 가계대출은 소폭 감소하고 주택가격은 하락폭이 확대되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 경기가 둔화되고 있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자본유출입을 비롯한 금융안정 상황,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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