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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4곳 시총 반토막 났는데…또 쪼개기 상장, 카카오 주주 분노 [팩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카카오게임즈의 인기 게임 ‘오딘’. 이 게임을 개발한 라이온하트는 다음달 상장을 앞두고 있다. [사진 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의 인기 게임 ‘오딘’. 이 게임을 개발한 라이온하트는 다음달 상장을 앞두고 있다. [사진 카카오게임즈]

200만 소액투자자의 ‘국민주’가 된 카카오의 주가가 심상치 않다. 최근 9개월 새 카카오 그룹 4곳(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의 시총은 반토막 이하로 쪼그라든 상태. 이 와중에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이하 라이온하트)가 상장을 추진한다. 그러자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카카오식 쪼개기 상장’ 논란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무슨 일이야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라이온하트가 코스닥 상장 준비에 한창이다. 라이온하트는 지난해 6월 출시된 인기 게임 ‘오딘:발할라 라이징’을 만든 개발사로, 지난해 카카오게임즈 영업이익의 65%를 감당한 핵심 캐시카우다. 라이온하트는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내고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공모 예정 주식 수는 총 1140만주, 임직원 보유 주식 등을 포함 전체 약 8490만주를 상장한다. 다음 달 중하순 상장을 목표로 이달 중 공모가를 확정한다. 회사의 희망 공모가액(3만6000~5만3000원)을 고려하면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4조5000억원 규모다. 상장 후엔 모회사인 카카오게임즈 시총(11일 종가 기준 3조1415억원)을 뛰어넘는 코스닥 게임 대장주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지난 2020년 9월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투자증권]

지난 2020년 9월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투자증권]

카카오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다시 부각됐다. 카카오는 최근 2년간 쪼개기 상장을 반복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알짜 사업을 본사에서 떼어 낸 후 주식 시장에 상장하길 반복하면서 카카오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기존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이었다. 2020년 9월 카카오게임즈를 시작으로 지난해 8월과 9월 각각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도 증시에 입성했다. 그러다 지난해말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이 상장후 한 달 만에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 900억 원어치를 팔아 소액주주의 분노를 샀다. 이를 계기로 국회에선 상장사 경영진의 대량매도를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는 이른바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이 추진됐다. 현재 카카오의 다른 계열사들은 상장을 대부분 중단한 상태다.

특히 이번 라이온하트 상장은 ‘시점’ 때문에 더 비판을 받는다. 카카오게임즈가 상장한 지 1년 8개월밖에 안 된 지금 핵심 캐시카우에 해당하는 자회사를 상장시키면 카카오게임즈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게임즈의 전체 영업이익 중 라이온하트의 비중은 65%에 이른다. 게다가 카카오게임즈는 인기 게임 ‘우마무스메’의 운영 논란으로 최근 매출에 타격을 입은 상황.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중복 상장에 따른 모회사 할인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흑역사는 그만” 행동하는 주주들

카카오게임즈 주주들은 인터넷 주식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라이온하트 상장 철회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라이온하트 분할상장 금지 청원이 올라와 1만3000여 명이 동의했다. “카카오가 문어발식 자회사 확장과 상장으로 사회 갈등을 불러일으켰다”며 “상장사들의 무분별한 자회사 상장을 종식하기 위해 라이온하트의 기업공개(IPO)를 금지해달라”는 것이 청원의 요지다.

지난 4월 카카오의 주요 경영진이 6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상생 방안과 글로벌 사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남궁훈 대표, 김성수 이사회 의장 겸 공동 CAC 센터장, 홍은택 공동 CAC 센터장. [사진 카카오]

지난 4월 카카오의 주요 경영진이 6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상생 방안과 글로벌 사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남궁훈 대표, 김성수 이사회 의장 겸 공동 CAC 센터장, 홍은택 공동 CAC 센터장. [사진 카카오]

카카오는 왜 상장 강행하나

주주들의 반대,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카카오게임즈가 라이온하트 상장을 강행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 셋이다.
① “성장 위한 상장” : 카카오 측은 “지금은 논란이 될지라도 성장을 위해 상장이 필요하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라이온하트는 오딘의 흥행을 잇는 신작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상장을 통한 자금 공모가 꼭 필요하다는 것.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라이온하트는 오딘의 지식재산권(IP) 기반으로 한 역할수행게임(RPG) 외에 신규 프로젝트 2건을 준비 중”이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선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고, 상장을 통해 수혈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지난 5월 컨퍼런스콜에서 “라이온하트를 상장해도 카카오게임즈 실적에 반영이 되는 구조라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도 말했다.

② “중복 상장 OK, 쪼개기는 아냐” : 또 카카오게임즈 측은 ‘중복 상장’이 될 순 있어도 ‘쪼개기 상장’은 아니라고도 주장한다. 라이온하트가 설립된 2018년에 카카오게임즈는 5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고, 지난해 11월 자회사로 최종 인수했다. 카카오게임즈는 한국거래소에 분할 상장 가능성을 문의했지만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받았다는 것. 카카오 관계자는 “본사에서 잘 운영되는 주요 사업부를 물적분할할 계획은 없다”며 “기업가치 극대화에 가장 알맞은 사업구조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③ 라이온하트 인수시 ‘상장 조건’ 가능성 : 그러나 일각에서는 상장의 이유를 라이온하트 주요 경영진의 이해가 걸린 문제로 본다. 라이온하트 창업자인 김재영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카카오게임즈 인수 당시 체결한 풋옵션 관련 계약이 그 이유라는 것. 김 대표는 현재 라이온하트 주식 34.67%를 보유, 카카오게임즈(54.94%)에 이은 2대 주주다. 인수 당시 공시에 따르면, 김 대표는 라이온하트 상장 5년이 되는 시점에서 3개월 안에 IPO 당시 보유한 라이온하트 지분(최대 20%)을 카카오게임즈에 매수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또한 라이온하트가 IPO 요건을 충족하고도 카카오게임즈가 상장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김 대표는 보유 주식의 일부나 전부를 카카오게임즈에 매수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것이 주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카카오가 상장을 강행하는 배경일 수 있다는 것.

남은 과제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논란 속에 카카오 그룹의 주가는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서 카카오는 전거래일 대비 1.57% 떨어진 5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뱅크(1만7800원, -3%), 카카오페이(3만6350원, -9.35%), 카카오게임즈(3만8200원, -3.54%)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 계열사의 주가가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 상황에 더해 실적 반전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페이의 경우 기존에 가치가 고평가된 경향이 있었다”며 추가 하락을 예상하기도. 계열사의 주가 하락은 모회사인 카카오의 성장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의 플랫폼 확장을 통한 성장 모델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라며 “장기적 성장을 위해선 주주보호 노력 등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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