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설악산 최대의 뉴스는 ‘흘림골 재개방’ 이다. 2015년 낙석 인명 사고로 출입을 막은 지 7년 만에 봉인을 풀었다. 가을 경치 누리러 설악산을 찾는 이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설악산 등산 코스 가운데 흘림골~여심폭포~등선대~주전골~용소폭포~성국사~오색약수로 이어지는 ‘흘림골 코스(약 6.2㎞)’는 대표적인 단풍놀이 코스로 통한다. 반가운 소식이 하나 더 있다. 말라버렸던 ‘오색약수’가 제2약수터를 찾아 복원된 것이다.
말라버린 오색약수
오색약수는 팔도에 이름을 알린 몇 안 되는 샘물이다. 16세기 설악산 성국사의 한 스님이 발견했다는데, 약이 귀하던 시절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에 입소문이 퍼졌다. 남설악의 관광 거점이 오색리가 된 것도 약수의 힘이 크다. 오색약수 주변에 들어선 오색지구엔 식당과 특산물·기념품 가게가 줄지어 늘어서 있고, 약수를 활용한 온천도 있다. 약수로 밥을 짓고, 닭백숙 따위를 끓여 내는 식당이 흔하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최초의 샘물도 오색약수다(제529호, 2011). 너무 많이 마신 탓일까. 남설악 산행의 피날레를 장식했던 오색약수가 말라버렸다.
2000년대 들어 오색약수는 고갈하는 현상이 빈번히 발생했다. 지난해 5월에는 아예 물이 완전히 말라버리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용출량을 회복했는데, 넉 달가량 오색약수가 샘솟지 않자 오색지구 상인과 주민은 속이 타들어 갔다. 주민 스스로 약수를 찾아 나선 까닭이다.
주민이 찾아낸 오색약수
제2약수터는 용출량이 급격히 줄어든 기존의 오색약수를 대체한 약수터다. 지난 7월 복원을 마쳤다. 제2약수터는 과거 오색리 주민만 아는 비밀의 샘물로 통했으나, 2013년 수해 때 토사에 완전히 파묻히면서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지난 7월 제2약수터 복원까지는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오색약수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이자 주민들이 제2약수터 찾기에 몸소 나선 것이다. 오색리 주민으로, 사진작가이자 양양군 문화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홍창해(65)씨는 “30년 넘게 이곳에 살며 설악산 사진을 찍었다”며 “주민들이 손수 삽과 곡괭이 따위를 들고 발굴 작업에 나섰고, 옛 사진을 토대로 기억을 더듬어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도움으로 약수터의 위치를 파악한 양양군은 수질 검사를 거쳐 지난 7월 복구공사에 들어갔다. 설악산 명물 독주암 아래로 헬기와 중장비를 투입하는 난공사였다.
복원한 제2약수터는 성국사 인근 독주암 아래 자리해 있다. 제1약수터에서 주전골 방향으로 1㎞가량 들어가면 찾을 수 있다. 주민들 입에선 용출량과 맛 모두 기존의 약수보다 월등하다는 평이 나온다. 홍씨는 “말라가는 제1약수는 옛 맛이 많이 사라져 아쉬움이 컸는데, 제2약수는 예전의 톡 쏘는 약수 맛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서 “올가을 흘림골 코스를 찾는다면 물맛을 꼭 한번 맛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