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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병력 4년 새 11만명 줄어도…대선만 되면 "복무기간 단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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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저출산의 재앙은 한국군에게도 치명적이다. 자칫 한국군의 기본 틀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현재 한국군의 구조와 형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연착륙 적응 전략의 중요성이 강조돼 왔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역방향으로 주행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군복무기간 단축을 공약으로 내세워 2030 세대의 표를 얻고자 한 게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북한은 120만 명의 대병력과 핵, 탄도미사일로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6월 20일 오후 강원 화천군 육군15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열린 입영식에서 입영 장병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 20일 오후 강원 화천군 육군15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열린 입영식에서 입영 장병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50만 군 병력, 2043년엔 33만 

저출산 위기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지난 20년간 국방부와 정치권의 근본적인 조치는 미흡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북한을 안정화하기 위한 작전을 하려면 26만~40만명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미국 랜드연구소의 연구도 있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월 10일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하에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월 10일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하에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2018년 61만8000명이던 군 병력은 2022년 말이면 50만명으로 줄어든다. 4년 만에 11만8000명이 줄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조관호 책임연구위원에 따르면 군 병력은 2035년까지 46만5000명으로 서서히 줄어들다가 2039년엔 40만명으로 급락하고 2043년에 최저 33만명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현재 인구 추계와 군 의무복무 18개월을 적용한 것이다.

병력 감소에 군단 작전범위 확대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 2.0’으로 최소 병력 40만명을 목표로 잡았지만, 사실상 지키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2020년 병 입대 자원은 22만명인데 2040년에는 10만~11만명 수준이 된다. 국방부는 노무현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국방개혁을 추진하면서 병력 감소 문제를 반영해왔다. 지난 정부는 사단 6개와 군단 2개를 없애기로 했고 이미 일부는 해체했다. 공백을 메우기 위해 화포·전차·장갑차 등 무기체계와 드론 등 정찰장비를 활용해 군단의 작전범위를 현재 ‘가로 30㎞×세로 70㎞’에서 ‘60㎞×120㎞’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면서 사단과 군단의 작전지역을 조정해 북한군 대비태세를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또 사단이 맡던 작전범위를 여단급이 감당한다. 육군의 ‘아미 타이거 4.0’이 그 핵심 내용이다.

6월 10일 경기도 양주시 25사단 사령부 일대에서 열린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전투단 선포식에서 공개된 공격 드론. 사진공동취재단

6월 10일 경기도 양주시 25사단 사령부 일대에서 열린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전투단 선포식에서 공개된 공격 드론. 사진공동취재단

앞선 정부에서 ‘근육질’ 국방개혁 고수

그러나 앞으로 병력이 국방부의 예상보다 더 심각하게 줄어든다는 것이 문제다. 앞선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 때는 인공지능과 로봇 등 무인체계와 5G가 일상에 다가왔다. 그런데도 기존의 화력을 내세운 ‘근육질’ 위주의 국방개혁 2.0의 방향을 수정하지 않고 고집했다. 한국군의 국방개혁은 미국 부시 행정부 때 추진했던 국방변혁을 노무현 정부가 2004년쯤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 방식이 급속한 기술발전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판단해 2009년 대부분 폐기했다. 그런데도 한국군은 최근까지도 구식의 국방개혁을 답습했다. 그러다 보니 ‘인구절벽에 의한 병력 대폭 감소 대처-군의 체질 개선-북한 등에 대비한 미래 전투력 확보’라는 3개 목표의 균형이 어긋난 것이다. 육·해·공군이 새로운 기술에 따른 자구책을 마련하려 했지만, 국방부가 옛날 방식을 버리지 않는 바람에 사실상 헛수고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6월 10일 경기 양주시 25사단 사령부 일대에서 열린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전투단 선포식에서 장병들이 무인 수색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6월 10일 경기 양주시 25사단 사령부 일대에서 열린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전투단 선포식에서 장병들이 무인 수색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정부는 ‘국방혁신 4.0’이란 이름으로 한국군을 AI에 기반한 무인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2040년까지 군대를 무인체계로 바꾸려는 미국, 2030년까지 군 전체의 30%를 무인체계로 교체하려는 러시아를 따라가자는 것이다. 200~300명의 인간 전투원과 수천 대의 로봇으로 구성되는 유·무인 전투단을 만드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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