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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혜명의 파시오네

지역예술이 꽃피는 문화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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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강혜명 성악가·소프라노

강혜명 성악가·소프라노

2022년 세계유산축전을 맞이하여 전국적으로 그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올해 세 번째로 유산축전 도시에 선정된 제주에서 아주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시도됐다. 만장굴 아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공연된 뮤지컬 ‘부종휴와 꼬마탐험대’는 약 1㎞에 달하는 만장굴 공개구간을 직접 무대로 활용해 관람객과 출연자가 함께 걸으며 공연에 참여하는 관객참여형으로 진행됐다.

‘부종휴와 꼬마탐험대’는 제주시에서 기획·제작하고, 70여년 전 만장굴을 처음으로 탐사한 김녕초등학교 학생들과 부종휴 선생님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제주시는 지역의 이야기를 꾸준히 발굴해 예술 콘텐트로 제작하며 예술의 섬 제주도를 위한 문화예술사업 진행에 앞장서 왔다.

그 첫 번째 성과로 뮤지컬 ‘만덕’은 대구 뮤지컬 페스티벌(DIMP)에서 최초로 3관왕을 수상했고, 4·3평화재단과 손잡고 기획한 창작 오페라 ‘순이 삼촌’은 올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되며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 이후 이틀간 약 6000여 명의 수도권 관객을 맞이하며 성황리에 공연됐다. ‘부종휴와 꼬마탐험대’는 자연유산으로서의 만장굴의 세계적인 가치를 공연 예술 장르로 재조명했다. 또 직접 관광사업과 연계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제주도 뮤지컬 ‘부종휴와 꼬마…’
세계유산 만장굴을 무대로 사용
김해·광주서도 지역 콘텐트 활기
K콘텐트의 새로운 가능성 보여

지난 8~10일 제주도 만장굴에서 공연된 제주도 뮤지컬 ‘부종휴와 꼬마탐험대’ 출연진들. [사진 강혜명]

지난 8~10일 제주도 만장굴에서 공연된 제주도 뮤지컬 ‘부종휴와 꼬마탐험대’ 출연진들. [사진 강혜명]

김해시와 김해문화재단이 제작한 창작 오페라 ‘허황후’는 제20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 초청되며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됐다. ‘허왕후’는 2000여 년 전, 역사서에 처음 기록된 국제결혼인 가야(가락국)를 건국한 수로왕과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김해시의 가야사 복원사업 및 김해 대표 역사 문화예술 콘텐트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2021년 4월 김해 문화의전당에서 초연됐다. 같은 해 대구 오페라 페스티벌에 초청됐으며, 올해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등 성장세가 놀랍다. 오페라 ‘허황후’는 철기문화의 근원이 된 가야국의 화려했던 역사를 공연 예술 장르로 승화해내며 호평을 받았다. 단기간 눈부신 성장을 이루며 지역의 대표 공연을 넘어 우리나라의 역사를 알리는 교육적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광주문화재단에서 기획한 뮤지컬 ‘광주’는 올해 뮤지컬의 메카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선다. ‘광주’의 제작을 맡은 라이브는 ‘광주’가 오는 20일 뉴욕 브로드웨이 ‘787 Seventh’ 극장에서 쇼케이스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뮤지컬 ‘광주’는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2019년 ‘님을 위한 행진곡 대중화·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는데 지난 4년간 수도권을 비롯한 순회공연을 통해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며 성장해왔다.

뮤지컬 ‘광주’ 뉴욕 쇼케이스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5인의 뮤지컬 배우와 현지에서 활동하는 제작진이 투입될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앤드루 라스무센은 언론을 통해 “작품이 다루고 있는 5·18 민주화 운동의 의미를 미국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뮤지컬 ‘광주’의 브로드웨이 쇼케이스 음악감독으로는 ‘2019 브로드웨이 작곡가’로 선정된 작곡가 겸 연주자 앤디 로닌슨이 참여한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상징인 광주 5·18을 배경으로 제작된 뮤지컬 ‘광주’가 뮤지컬의 심장 뉴욕 브로드웨이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를 바란다. K컬처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 문화산업에 또 한 번의 역사를 써 내려 가기를 기대한다.

김구가 꿈꾸었던 문화강국 대한민국은 멀리 있지 않다. 지역의 문화예술 콘텐트가 보다 활발히 개발되어 대한민국 곳곳이 문화융성의 시대를 맞이하는 것, 이 또한 진정한 문화강국의 길로 접어들기 위해 우리가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다.

올해 초 공공극장을 통한 예술인 일자리 창출 관련 문체부 TF팀에 참여하며, 지역 문화예술 거점 기관으로서 공공극장과 지역 문화재단이 주도하는 지역 브랜드 공연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지방자치, 문화분권시대를 맞이하여 지역의 대표 브랜드 공연을 개발하고 지역의 예술인이 힘을 모아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발전을 견인하게 된다면 그간 공연예술계의 문제점으로 인식되었던 수도권 중심의 공연문화를 바꿀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늘 변방으로부터 진화해 왔다. 이제 지역문화 예술의 힘으로 대한민국이 진정한 문화강국의 시대를 맞이할 날이 머지않았다.

강혜명 성악가·소프라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