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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쪼개? 카카오게임즈 주주들 열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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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최근 9개월 새 카카오 그룹 4곳(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의 시가총액은 반 토막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이 와중에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이하 라이온하트)가 상장을 추진한다. ‘카카오식 쪼개기 상장’ 논란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라이온하트가 코스닥 상장 준비에 한창이다. 라이온하트는 지난해 6월 출시된 인기 게임 ‘오딘:발할라 라이징’을 만든 개발사로, 지난해 카카오게임즈 영업수익의 상당액을 올린 핵심 캐시카우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라이온하트는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냈다. 공모 예정 주식 수는 총 1140만주, 임직원 보유 주식 포함 전체 8490만주를 상장한다. 다음 달 상장을 목표로 이달 중 공모가를 확정한다. 회사의 희망 공모가액(3만6000~5만3000원)을 고려하면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4조5000억원 규모다. 모회사인 카카오게임즈 시총은 11일 종가 기준 3조1415억원이다.

2020년 9월 카카오게임즈를 시작으로 지난해 8월과 9월 각각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잇따라 증시에 입성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이 상장 후 한 달 만에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 900억 원어치를 팔아 소액 주주의 분노를 샀다. 이를 계기로 국회에선 상장사 경영진의 대량매도를 사전에 신고하도록 한 이른바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이 추진됐다. 현재 카카오의 다른 계열사들은 상장을 대부분 중단한 상태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게임즈의 전체 영업이익 중 라이온하트의 비중은 65%에 이른다. 게다가 카카오게임즈는 게임 ‘우마무스메’의 운영 논란으로 최근 매출에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중복 상장에 따른 모회사 할인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 주주들은 인터넷 주식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라이온하트 상장 철회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는 라이온하트 분할상장 금지 청원이 올라와 1만3000여명이 동의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라이온하트는 오딘의 지식재산권(IP) 기반으로 한 역할수행게임(RPG) 외에 신규 프로젝트 2건을 준비 중”이라며 “개발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고, 상장을 통해 수혈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카카오게임즈 측은 ‘중복 상장’이 될 순 있어도 ‘쪼개기 상장’은 아니라고도 주장한다. 라이온하트가 설립된 2018년 카카오게임즈가 5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고, 지난해 11월 자회사로 최종 인수했다. 카카오게임즈는 한국거래소에 분할 상장 가능성을 문의했지만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일각에서는 라이온하트 창업자인 김재영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카카오게임즈 인수 당시 체결한 풋옵션 관련 계약을 상장의 이유로 본다. 김 대표는 현재 라이온하트 주식 34.67%를 보유, 카카오게임즈(54.94%)에 이은 2대 주주다. 인수 당시 공시에 따르면, 김 대표는 라이온하트 상장 5년이 되는 시점에서 3개월 안에 IPO 당시 보유한 라이온하트 지분(최대 20%)을 카카오게임즈에 매수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또한 라이온하트가 IPO 요건을 충족했는데도 카카오게임즈가 상장을 추진하지 않으면 김 대표는 보유 주식의 일부나 전부를 카카오게임즈에 매수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서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1.57% 떨어진 5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뱅크(1만7800원, -3%), 카카오페이(3만6350원, -9.35%), 카카오게임즈(3만8200원, -3.54%)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의 플랫폼 확장을 통한 성장 모델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라며 “장기적 성장을 위해선 주주보호 노력 등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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