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봐도 눈에 선하네~ 오디오 드라마·영화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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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열흘 만에 조회 수 65만회를 기록한 오디오무비 ‘극동’.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곽경택 감독, 배우 김강우·곽동연·유재명. [사진 바이브]

열흘 만에 조회 수 65만회를 기록한 오디오무비 ‘극동’.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곽경택 감독, 배우 김강우·곽동연·유재명. [사진 바이브]

‘듣는’ 드라마와 영화가 뜨고 있다. 국내 오디오 플랫폼들이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오디오 콘텐트를 즐겨 듣는 MZ세대를 잡기 위함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 리서치는 세계 오디오콘텐트 시장 규모는 2020년 32억6000만 달러에서 2027년 140억9900만 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평균 24.4%에 달하는 가파른 성장세다.

오디오 드라마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사진 지니뮤직]

오디오 드라마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사진 지니뮤직]

지니뮤직은 지난 6일 오디오 드라마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공개했다. 지난해 9월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를 인수한 이후 처음으로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황보름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은 밀리의 서재가 발굴한 IP(지적재산)다. 지난해 10월 전자책으로 출간된 이후 올 1월 종이책으로 발간돼 1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연출을 맡은 유진영 감독은 “원작은 휴머니즘에 중점을 뒀지만, 오디오 드라마는 청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설레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로맨스로 각색했다”며 “목소리가 좋은 배우 이수혁과 오연서를 캐스팅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 19명 중 8명을 AI(인공지능)로 기용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지니뮤직 김정욱 뉴비즈본부장은 “KT의 AI 보이스 스튜디오와 협업해 실제 성우의 목소리를 토대로 AI가 발화하는 방식으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팟캐스트는 해당 콘텐트를 소비하면 트래픽이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드라마는 오래 곱씹으면서 듣는 사람이 많고 시의성에서 자유로워 롱테일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네이버의 음악 플랫폼 바이브에서 지난달 26일 공개한 오디오무비 ‘극동’도 주목받고 있다. 영화 ‘친구’(2001), ‘극비수사’(2015) 등을 만든 곽경택 감독이 연출을 맡고 배우 김강우·유재명·곽동연 등 실사 영화를 방불케 하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국정원 소속 러시아 주재 영사가 북한 비자금 관리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첩보 스릴러물이다.

국내 최초로 돌비 래버러토리스의 공간 음향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를 적용하는 등 사운드에도 공을 들였다. 곽경택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인물들이 목소리만으로 구분돼야 하고 실제로 액션을 하지 않으면서도 그 호흡을 내야 하는 등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있었다”고 연출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제훈·문채원 주연의 ‘층’을 시작으로 오디오 무비 시장을 개척한 네이버도 고무적인 분위기다. 바이브 관계자는 “‘층’은 1달 동안 100만회, 10달 동안 450만회를 기록했는데 ‘극동’은 열흘 만에 65만회를 넘겨 더 빠른 상승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바이브는 연내 세 번째 오디오무비 ‘리버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선빈·이준혁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물이다.

올 상반기 방영된 웹소설 원작의 드라마 ‘사내 맞선’. [사진 SBS]

올 상반기 방영된 웹소설 원작의 드라마 ‘사내 맞선’. [사진 SBS]

웹툰·웹소설 등 다양한 IP를 활용해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는 2019년 배우 수애가 웹소설 ‘재혼황후’를 낭독하는 영상이 인기를 얻자 지난해 총 182화짜리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했다. 카카오페이지의 대표적 성공 사례는 ‘사내맞선’이다. 2017~2018년 연재된 웹소설 ‘사내맞선’이 인기를 끌자 웹툰과 드라마에 이어 오디오 드라마까지 만들었다.

지난 7월부터 누구나 오디오 콘텐트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한 플로에는 일반인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작품들이 올라오고 있다. 아직 작품 수나 조회 수가 많지는 않지만 공포물 ‘괴이상담소’, SF ‘해방전선’ 등 다양한 시도가 눈에 띈다.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는 CJ ENM과 손잡고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신하은 작가의 ‘문집’(2018), JTBC 드라마 ‘18어게인’의 김도연 작가가 쓴 ‘각색은 이미 시작됐다’(2019) 등 23편의 작품을 준비 중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디오 콘텐트는 1대 1로 내밀한 관계 같은 느낌을 주는 게 특징”이라며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시간과 장소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관련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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