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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국감서 "청장님 뭐하시나, 靑관리소장 아니잖습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열린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는 급하게 개방된 청와대에 대한 질의와 질타가 이어졌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국민 200만명이 넘게 찾아주시는 등 호응도는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보존과 관리에 관해서는 조사를 통해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11일 열린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는 급하게 개방된 청와대에 대한 질의와 질타가 이어졌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국민 200만명이 넘게 찾아주시는 등 호응도는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보존과 관리에 관해서는 조사를 통해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청와대 활용방안에 대한 자문보고서가 8월에 완성됐지만, 문화재청은 지금껏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오전 열린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이 공개한 내용이다.

고인돌 훼손 전 김해시장 #"다른 곳도 (박석) 씻었다" 위증 논란

이날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는 '청와대 개방'에 집중됐다. 이병훈 의원은 문화재청 의뢰로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연구진이 진행한 〈역사문화공간으로서 청와대 권역의 활용 마스터플랜 기본구상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하며 "이 보고서도 '원형 보존'을 말하고 있는데, 조사 결과는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았다"며 "청와대 활용 방안 논의에서 문화재청이 완전히 배제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이 청와대 개방을 앞두고 조사용역을 의외한 '역사문화공간으로서 청와대 권역의 활용 마스터플랜 기본구상 연구용역' 보고서. 지난 8월 완성됐지만 지금껏 외부에 알리지 않다가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됐다. 자료 문화재청, 이병훈의원실

문화재청이 청와대 개방을 앞두고 조사용역을 의외한 '역사문화공간으로서 청와대 권역의 활용 마스터플랜 기본구상 연구용역' 보고서. 지난 8월 완성됐지만 지금껏 외부에 알리지 않다가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됐다. 자료 문화재청, 이병훈의원실

해당 보고서는 '조사와 보존을 바탕으로 한 활용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본관, 관저, 영빈관, 춘추관, 상춘재 등 주요 건물과 주변 환경은 '국가 역사문화공간'으로 역사성을 최대한 살리고 보존하되, 최소한의 전시를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01경비단, 여민관, 경호실 등 부속시설의 경우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단계적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보고서 작성을 위해 진행된 자문회의에서는 "한국은 해방 후 민주화, 근대화 과정에서 국민들의 노력과 정부의 리더십이 있었다"며 "'대통령 집무실'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품격있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청와대 내 건물에 대해서는 "본관은 전통 건축을 차용하며 공이 많이 들어간 건물이고, 그에 비해 영빈관 건물은 양식적으로 어색한 점이 있다"며 "어느 건물을 남기고, 리노베이션하고, 철거할지 등 관리 계획이 필요하고, 경복궁 후원과 관련된 조사 연구는 장기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자문단은 짚었다.

"청와대 관리소장이 아니잖습니까, 문체부가 관리도 직접 하라고 이야기하셔야"

'활용' 일색 청와대 관리에 대한 질책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은 "문화재청은 청와대 권역 문화재 임시 지정 여부를 논의했어야 한다. 청와대 개방 뿐만 아니라 훼손없이 잘 보전해서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고, 전재수 의원은 "문화재청이 초기에 조사, 개방 등을 2023년부터 계획한 내용이 있었는데 갑자기 문체부 장관이 나타나면서 '전면 개방'으로 기조가 바뀌었다"며 "고생은 문화재청 직원들이 하고, 중요한 일은 엉뚱한 사람들이 뒤에서 은밀하게 하는 것 아닌지, 청장님은 뭐하고 계셨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청장이) 청와대 관리소장이 아니잖습니까, 이렇게 마음대로 할 거면 문체부가 관리도 직접 하라고 이야기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국정 과제에서 받은 대로 문화재 역사성에 집중해 준비하던 중, 문체부가 활용방안에 중점을 두겠다는 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8월에 완성된 보고서 내용은 "문체부와의 협의에 의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하는 분들만 갈려나가고 욕은 욕대로 먹고 있다"

급하게 청와대를 개방하면서 발생한 여러 문제들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임종성 의원은 "청와대 관리개방 위임관리비용에 96억 넘게 사용하는데, 관리를 위해 계약한 업체 13곳이 모두 수의 계약"이라고 지적했고, 류호정 의원은 "일하는 분들만 갈려나가고 욕은 욕대로 먹고 있다"며 청와대 근무자들의 과도한 업무 시간을 지적했다. 김윤덕 의원은 "청와대 개방에 동원된 문화재청 직원이 285명, 평균 3.1일씩 일했다. 이들이 감당한 일은 관광객 안내 업무"라며 "문화재청 직원이 청와대 관람객 안내하는 게 업무인가? (기간이)짧으니까 괜찮나? 독재 정권인가? 앞으로도 급한 일 있으면 공무원 동원해서 때우듯 할 건가"라고 질타했다.

최응천 청장은 "처음 개방추진단을 맡았을 때 밀려오는 관람객을 관리하며 여러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과도기를 거쳐 앞으로는 안정화될 것"이라며 "(직원 근무는) 내부 회의에서 양해를 구했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인돌 훼손' 전 김해시장 "씻고싶어 씻은 게 아니라 승인 받은 것" 

허성곤 전 김해시장이 "우리(구산동 지석묘)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곳도 10곳 정도 세척하고 유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지만,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현상변경 없이 세척은 하지만 박석을 들어내고 세척하는 경우는 없다"고 반박했다. 배현진 의원은 "위증 여부가 있으면 국회에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1

허성곤 전 김해시장이 "우리(구산동 지석묘)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곳도 10곳 정도 세척하고 유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지만,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현상변경 없이 세척은 하지만 박석을 들어내고 세척하는 경우는 없다"고 반박했다. 배현진 의원은 "위증 여부가 있으면 국회에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1

오후 감사에서는 김해 고인돌 훼손 사건이 도마에 올랐다. 배현진 의원은 "김해시 문화재 담당을 '가야사복원과'로 바꾸고, '세계 최대 규모 고인돌' 홍보하며 진행한 사업인데 해당 과에는 토목기사만 3명이 있었고, 큰 사고를 냈다"며 허성곤 전 김해시장에게 질의했고, 허 전 시장은 "우리가 (고인돌 주변 박석을) 씻고 싶어 씻은 게 아니라 문화재위원회 자문과 설계 승인을 받은 것"이라며 "전문가 추천, 도지사 인가도 받았고, 김해 뿐 아니라 타 지역 10여 곳도 세척, 유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 전 시장의 새로운 발언 내용에 대해 홍익표 위원장이 최응천 문화재청장에게 확인을 요청하자 최 청장은 "현상 변경 없이 (외부) 세척은 하지만, 박석을 들어내고 세척하는 경우는 없다"며 "경남도위원회의 심의를 받은 건지 파악해 봐야 하지만, 국가 사적 지정을 위한 전 단계여서 문화재청과 협의 했어야 하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배현진 의원은 "위증 여부가 있으면 국회에서 엄히 물어 달라"고 지적했다.

허성곤 전 시장은 "어느 기초 지자체보다 많은 학예사 12명을 데리고 있고, 그만큼 문화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전담 부서에 시비까지 투입해가며 애지 중지 잘 관리했다"고 항변했고, 7월 취임한 홍태용 현 김해시장은 "지석묘 발굴 과정에서 고인돌에만 집중하고, 박석과 그 주변 유물에 관심이 덜해 고인돌 주체에 대한 허가가 전체 고인돌 주변에 대한 허가를 받은 것으로 해석했다"고 해명했다.

홍익표 위원장은 "김해시에 국한된 게 아니라 어디서든 또 재발할 수 있는 문제"라며 "김해시 조사 결과도 있겠지만, 필요하면 공동 조사도 해서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지적하며 논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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