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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조 기회의 땅…카카오모빌리티, 미들마일 공략한다 | 팩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카카오T로 콜택시·대리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성공 모델이 미들마일(middle mile·중간 물류)에서도 통할까. 카카오모빌리티가(이하 카모) 30조 원 규모의 미들마일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10일 물류·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카모가 화물업계 중개 플랫폼인 ‘화물마당’의 지분 49%를 인수하기로 한 사실이 확인됐다. 카모 측은 “화물마당에 대한 지분 투자로,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화물정보망 플랫폼을 고도화시키겠다”고 인수 계획을 확인했다. 원자재나 완성품을 물류창고 등으로 옮기는 단계인 미들마일은 아날로그식 업무 처리가 여전해 정보기술(IT) 혁신 잠재력이 크다.

무슨 일이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카모가 투자하는 화물마당은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이하 주선사연합회)가 2014년 KT와 공동 구축한 화물정보 통합 주선망이다. 화물을 내보내는 화주와 물건을 나를 차주를 연결해주는 주선사용 중개 플랫폼으로, 주선사가 플랫폼에 운송 정보를 띄우면 차주들이 골라서 수락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주선사연합회는 2019년 KT와 계약만료 이후 화물마당을 독자 운영하다가, 이번에 카모와 손을 잡았다. 지분 49%를 카모에 매각해 협업의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주선사연합회 관계자는 “공동 사업 진행 등 구체적인 방안은 협의 중”이라며 “앱 운영, 기술 구현 등 카모가 잘하는 것과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회가 보유한 지분 51%에 대한 매각 계획은 아직 없다. 시도 주선사 연합회 이사장의 동의도 필요하다. 카모는 “우리의 기술력을 통해 ‘화물마당’의 디지털화를 돕겠다고 나선 것”이라며 “‘시장 직접 진출이 아닌, 기존 산업과의 협업 시도’”라고 강조했다. 유사 플랫폼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 모두 매각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이게 왜 중요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기회의 땅' 미들마일 : 미들마일의 시장 규모는 업계 추정 30조원 이상이다. 킥보드 등 라스트마일 시장(7.5조원)보다 4배 이상 크다. 반도체, 철강 등 국가 기간 산업의 물류가 모두 미들마일을 거친다. 하지만 운송업체도 주선업체도 중소형사 위주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자본금 또는 자산평가액 5억원 이하 운송업체가 전체의 95.6%를 차지했다. 주선업체도 99.3%가 5억 이하 규모였다. 화물 짐 싣기부터 하차까지 전 과정에 전화 의존도가 높고 데이터를 전산 시스템에 입력할 때도 수작업으로 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화물정보망 시장은 전국 24시콜, 화물맨, 원클로 구성된 빅3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 스타트업도, 대기업도 뛰어든다 : 전동 킥보드 업체 디어는 지난 8월 미들마일 진출을 선언했다. 디어 측은 “현재 미들마일 시장은 토스 이전의 금융, 배민 이전의 배달, 카카오T 이전의 택시와 닮아 있다”고 진단했다. 대기업도 이 시장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SK그룹 계열사인 티맵모빌리티는 지난해 5월 미들마일 전용 IT 플랫폼 운영사인 YLP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2016년 설립된 로지스팟도 YLP와 미들마일 시장에서 경쟁해온 업체다. 여기에 카모까지 뛰어들면서 미들마일 시장 내 경쟁은 더 치열해지게 됐다. 지난해 카모는 미들마일 중개업을 위해 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 면허를 확보했고. 지난 6월에는 주선사업자용 프로그램 ‘로지노트’를 개발한 스타트업(위드원스)도 인수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왜  

지난 4월 카카오T 탄생 7주년을 맞아 열린 '카카오모빌리티 온라인 프레스톡'에서 류긍선 대표이사가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카카오T 탄생 7주년을 맞아 열린 '카카오모빌리티 온라인 프레스톡'에서 류긍선 대표이사가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눈앞의 떡 : 카모는 택시·대리운전 등 ‘사람의 이동’ 시장을 넘어, 퀵서비스 등 ‘사물의 이동’까지 아우르는 이동의 혁신을 노린다. 퀵서비스로 라스트마일 구간에서 ‘사물의 이동’엔 이미 진입한 상태. 퍼즐을 완성하려면 미들마일 진출은 예정된 수순이다. 더구나 성장성이 제한적인 택시나 대리운전 외에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미들마일은 매력적인 카드다. 카모 관계자는 “기술과 데이터를 접목해 업계의 디지털화와 기존 서비스 발전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던 차에, 주선사연합회의 요청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분투자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산업계가 적극적인 데다, UAM(도심항공교통)이나 자율주행 등 다른 신사업보다 더 가까운 미래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카모에 굴러 들어온 떡일수도.

◦ 성공의 경험 : 카모는 앞서 카카오T로 택시와 대리 업계에 진출해 시장 점유에 성공했다. 현재 미들마일 시장은 당시 콜택시 시장과 유사해 카모로선 익숙한 모델이다. 특히, 화물마당은 빅3는 아니지만, 연합회가 운영하다 보니 기업 화주를 상대하는 주선사 물량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 경쟁력도 있다. 카모는 “기존 수기 위주 업무를 디지털화해 업무의 편의성을 높이고 비용 효율화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화물마당 캡쳐

화물마당 캡쳐

앞으로는  

IT 기업들의 미들마일 시장 진출로 화물의 중개와 연결 과정이 효율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권오경 인하대 아태물류학과 교수는 “화물 시장은 택시 시장과 다르게 기업 간 거래가 대부분이고 화물의 종류, 운송 방식, 시장참여자 등이 복잡하고 다양해 (카카오 측엔) 기존 업체와의 협력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결제 서비스나 내비게이션 외에도 오프라인 서비스와 접목할 것들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카모 관계자는 “향후 공유망에 국한하지 않고, 화주사·운송사·차주·주선사 모두가 참여 가능한 플랫폼을 지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