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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남정호의 시시각각

중국 봉쇄 장기화…한국 살길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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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남정호
남정호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오는 19일 중국 20차 공산당 당 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길 바라는 이가 국내에도 꽤 있다. 느슨해진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봉쇄가 풀리면서 한·중 교류가 정상화될 거라는 기대에서다. 주로 중국과 무역을 하거나 관광업계 종사자 등 이해관계가 얽힌 이들이다.

시진핑 3연임 후에도 계속될 듯 #코로나 확산 우려에 지지층 많아 #리쇼어링,거래선 다변화 꾀해야

 제로 코로나 정책은 그간 중국 사회와 경제를 옥죄어 왔다. 확진자 한 명만 나와도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무관용 대응으로 경제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결국 올 상반기에만 기업 46만 개가 쓰러졌으며, 자영업소 310만 개가 문을 닫았다. 여기에 최악의 부동산 침체까지 겹쳐 중국의 성장률은 0.4%로 떨어졌다.
 이런 부작용에도 시진핑 정권이 제로 코로나를 밀어붙여 온 것은 당 대회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를 수정하면 그간의 정책이 잘못됐음을 자인하는 꼴이 돼 시진핑 3연임에 걸림돌이 되는 탓이다. 이 때문에 당 대회만 끝나면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포기할 거라는 기대 섞인 시각이 많았다.

지난 7월 코로나19로 봉쇄된 중국 상하이 루자쭈이 금융지구의 텅 빈 거리를 한 남성이 걸어가고 있다. EPA

지난 7월 코로나19로 봉쇄된 중국 상하이 루자쭈이 금융지구의 텅 빈 거리를 한 남성이 걸어가고 있다. EPA

 과연 그럴까? 불행히도 이는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첫째, 중국인 대부분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없다. 코로나의 원산지임에도 공식적인 확진자 수는 99만6000여 명. 14억200만 명 인구의 0.0007%에 불과하다. 한국(48.1%), 프랑스(55.6%) 등 대부분 국가의 확진자 비율이 30~60%인 것과는 비할 수 없이 적다. 게다가 중국인들이 맞은 중국산 백신은 6개월만 지나면 면역력이 거의 없어진다. 무관용 정책이 해제될 경우 코로나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확산돼 의료 시스템이 붕괴할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둘째, 경제적 어려움에도 봉쇄를 지지하는 중국인이 많다는 것도 정책 변화를 막는 장애물이다. 외국에선 수십만 명씩 희생자가 나오지만, 철저한 봉쇄 덕에 중국에선 불과 1만5000명만 숨졌다고 시진핑 정권은 대대적으로 선전해 왔다. 그러니  여기에 혹한 많은 중국인이 봉쇄정책을 지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셋째, 봉쇄정책으로 경제 전반이 손해를 보지만 일부 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정권 고위층과 연결돼 있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올 상반기 중국의 10대 코로나 검사기기 회사들은 485억 위안(약 9조7000억원)의 매출에 163억 위안(3조2600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이런 천문학적 이익을 누리는 회사들이 엄격한 검사를 실시하는 봉쇄정책 포기를 달가워할 리가 없다.
 끝으로 코로나의 치사율이 갈수록 낮아져 전 세계가 공존 전략으로 도는데도 시진핑을 비롯한 중국 지도층만 유독 이 대역병을 여전히 두려워한다고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코로나 감염 소식을 듣고 위로 전문을 보낸 것도 시진핑이 유일했다. 요컨대 이 같은 여러 이유로 막대한 경제적 부담에도 중국의 코로나 봉쇄는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한국이 택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가. 시간이 갈수록 한·중 간 무역은 최종 소비재보다 중간재의 거래 비중이 높아졌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서 중간재의 비중은 79.6%나 됐다. 이런 구조 속에선 중국의 봉쇄에 따른 생산 부진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는 한국 경제를 침몰시킬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를 피하려면 중국에 진출했던 한국 기업의 귀환을 유도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또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국내에서 생산토록 하고 비용 문제로 어렵다면 동남아 국가에서 대신 만들도록 해야 한다. 중국이 태국·캄보디아 등지에 해외 공단을 건설해 온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어쨌든 시진핑 3연임으로 중국 봉쇄가 풀릴지 모른다는 기대는 접는 게 옳다. 이참에 국가적으로 중국 의존을 확 줄일 궁리를 하는 게  현명한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