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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심상찮은 북한 핵 무력시위…안보 경각심 무너져선 안 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하에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하에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언제 어디서든 쏜다”는 북한의 고강도 도발  

군사 태세 점검하고 안보 볼모 정쟁 멈춰야

북한 노동신문이 최근 보름 동안 일곱 차례에 걸쳐 12발의 미사일을 쏜 무력시위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장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저수지에서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장면도 포함했다. 수중 발사는 우리 군 당국이 파악하지 못했던 내용이다. 일곱 차례의 발사 장소는 사실상 북한 전역에 흩어져 있고, 심야 발사 등 조건을 달리하며 다양한 종류와 사거리의 미사일을 쏘아올렸다. 북한의 의도는 명백하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목표물을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핵 탑재 미사일을 쏠 수 있음을 과시하면서 한·미 당국을 겁박하기 위한 것이다. 노동신문은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는 김정은의 발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미 북한은 지난달 법제화 조치를 통해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북한의 움직임과 국제 정세 등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은 대단히 엄중하다. 여기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핵 사용을 불사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을 감안하면 일련의 북한 행동을 결코 안이하게 볼 수 없다. “목적하는 시간에 목적하는 장소에서 목적하는 대상들을 타격·소멸할 수 있게 완전한 준비 태세에 있다”는 북한의 호언장담을 협박으로 흘려들어서도 안 되고, 협상용으로만 치부해서도 안 된다.

북한의 도발이 차원을 달리하고 있는 만큼 우리의 대비 태세도 새롭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의 위협에 대한 3축 체계를 비롯, 군사적 대비 태세를 재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서둘러 보강해야 한다. 이런 대비는 우리 자체적 역량뿐 아니라 한·미 동맹 차원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확장억제협의체를 재가동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상황별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정밀한 대비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국내의 안보 경각심이 무뎌져 있는 현실이다.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최근 민주당 지도부가 한·미·일 안보협력을 두고  ‘친일 국방’ 논란을 제기하며 정쟁의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군사적 대비를 철저히 다지는 것은 궁극적으로 북한 핵 문제의 외교적·평화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과 상충되는 일이 아님을 야당도 깨달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여당은 야당의 무책임만 탓하거나 시비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엄중한 현실을 야당 지도자들에게도 설명하는 등 안보 인식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안보를 볼모로 하는 시대착오적 선동을 방치해 두면 국론 분열만 깊어지고 결국은 안보 태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밝힌 것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말이 아닌 현실의 문제”가 되었음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