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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우리집] [기고] 췌장에서 발견된 종양, 모두 암은 아닙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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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기고 홍태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복부 초음파나 CT 등 검사가 늘어나면서 췌장에 혹(종양)이 발견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마도 췌장에 종양이 있다고 하면 췌장암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실제로는 췌장암이 아닌 ‘양성 종양’이거나 수술로 제거해야 하는 병변이긴 하지만 재발 위험이 낮은 ‘경계성 종양’으로 밝혀지는 예를 자주 보게 된다.

경계성 종양은 양성 종양과 악성 종양(암) 사이의 특징을 갖는다. 대표적으로 췌장에 발생하는 낭성 종양이 있다. 여기에는 장액성 낭성 종양, 점액성 낭성 종양, 췌관내유두상 점액 종양, 고형 가유두상 종양 등이 속한다. 낭종을 구별하기 위해 일반적인 복부 초음파나 복부 CT 외에 추가로 내시경 초음파를 시행하기도 하고 낭종액을 뽑아 병리적 검사로 감별하기도 한다. 고형 가유두상 종양은 젊은 여성에게 많이 발견된다. 원래 고형 종괴지만 종양이 자라면서 안의 종괴가 일부 괴사하고 출혈을 동반해 낭종처럼 보이게 되면서 괴사한 종양 부분이 마치 유두상의 모양을 나타내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외에 췌장 내분비 종양에 해당하는 종양들이 있다. 내분비 종양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만드는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발생하는 종양이다. 췌장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은 크게 소화액을 만드는 세포와 인슐린, 글루카곤 등의 호르몬을 만드는 세포로 나눠볼 수 있다. 소화액을 만드는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췌장암이고, 호르몬을 만드는 세포의 이상 증상에서 나오는 종양이 췌장 내분비 종양이다. 췌장 내분비 종양은 일반적으로 췌장암보다 치료 후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경계성 종양이다. 경우에 따라 수술 후 재발하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하지만, 이들의 치료 성적은 일반적으로 매우 좋다.

경계성 종양의 치료는 단순한 경과 관찰부터 내시경을 통해 낭종을 흡입하거나 배액하는 방법, 수술로 췌장 일부를 절제하는 방법까지 췌장 종양의 종류, 진행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한다. 무엇보다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종양을 놓치지 않고 선별해 적절한 시기에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췌장암은 물론 췌장의 양성 종양이나 경계성 종양도 현재까지는 수술만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췌장 수술은 가장 어려운 술기로 여겨지지만, 수술 도구와 술기의 발달과 함께 췌장외과 의사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비교적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는 술기로 인식되고 있다. 나아가 개복 수술이 아닌 복강경 또는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 수술이 적극 도입되고 있어 수술 후 회복 및 미용, 기능적인 측면에서 환자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홍태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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