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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우리집] 손발 저림은 신체 이상의 강력한 신호, 동반 증상에 주목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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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손발 저림 유발 질환

일상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손발 저림. 워낙 흔한 증상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가벼운 증상이라도 이면엔 심각한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다. 특히 손발 저림은 신체 이상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가 되기도 한다. 당뇨병과 뇌졸중 등이 대표적이다.
 
손발 저림은 손이나 발에 발생하는 모든 저린 증상을 통칭하는 용어다. 사람에 따라 시림, 쑤심, 화끈거림, 먹먹함 등으로 표현된다. 주변에서 흔히 관찰되는 증상인 만큼 동반 증상과 양상을 잘 살펴야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다. 손발 저림을 일시적인 혈액순환 장애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매우 드문 편이다. 대부분은 ‘신경계 이상 장애’로 발생한다. 말초신경 질환이 가장 흔하고, 중추신경 질환, 신경뿌리병도 원인 질환에 속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임영민 교수는 “말초혈액순환장애로 인한 손발의 감각 증상은 저림보다 통증으로 나타난다”며 “손발 저림이 지속하거나 반복적으로 같은 양상을 보인다면 치료가 필요한 신경계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말초신경 질환
저린 손가락 부위 따라 질환 달라

말초신경병은 손발 저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꼽힌다. 저림은 손 또는 발에만 나타나거나 손과 발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 손만 저린 경우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의 뼈·인대로 만들어진 통로(손목 터널)가 좁아지면서 이곳을 지나는 신경이 압박을 받아 발생한다. 유독 엄지·검지·중지 손가락이 저리는 게 특징이다. 손이 뻣뻣하고 부은 느낌도 든다. 주로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했을 때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지면 손의 근력이 떨어지고 마비 증세까지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병을 오래 앓고 있는 환자에게도 손발 저림이 자주 발생한다. ‘당뇨성 신경병증’이다. 보통 손발이 저리면서 감각까지 둔해진다. 흥미로운 점은 증상 부위가 장갑·양말을 신었을 때와 겹친다는 것이다. 저림이 양쪽 손끝에서 손가락, 손바닥 순으로, 양쪽 발끝에서 발가락, 발목 순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며 확대된다. 높은 혈당이 손발 끄트머리에 있는 말초 혈관과 신경부터 손상을 입히며 나타나는 양상이다.
 
관건은 역시 혈당 조절이다. 신경이 더는 손상되지 않도록 혈당을 잘 조절하면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통증을 줄일 수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유현지 교수는 “다발성으로 나타나는 말초신경병증은 혈당을 조절해도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며 “신경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고, 유병 기간이 길수록 후유증이 크게 남기 때문에 빠르게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림을 방치하다 나중에 당뇨병 같은 원인 질환을 발견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특히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방치하면 신체 일부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특히 심혈관과 뇌혈관 질환 등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추신경 질환
마비·힘 빠짐 느껴지면 뇌졸중 주의

팔다리가 저리면서 힘이 빠지는 이상 감각까지 생긴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뇌졸중의 전조 증상일 수 있어서다. 뇌졸중은 대표적인 중추신경 질환이다. 뇌졸중인 경우 손발 저림은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의심해 봐야 할 때는 저림이 한쪽으로만 나타날 때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권우근 교수는 “말초신경병과 달리 뇌졸중에 의한 저림증은 손발보다는 편측으로 팔다리 저림이나 무딘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두통, 마비, 힘 빠짐, 언어·발음 장애, 보행 이상 등 다른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뇌졸중의 전 단계인 일과성 허혈증에서 잘 나타나는 양상이다. 일시적으로 증상이 나타났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사라지곤 한다. 증상이 없어졌다고 무심코 넘기면 후에 뇌졸중이 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신경뿌리병(척추 질환)
찌릿한 자극 동반 땐 디스크 의심

신경뿌리병도 손발 저림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다. 신경뿌리병은 척수에서 나오는 신경 뿌리가 눌리거나 자극을 받아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흔히 목 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와 허리 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 나타난다. 목 디스크는 주로 손과 팔이, 허리 디스크는 발과 다리가 저리는 게 특징이다. 손가락까지 전기가 오는 듯 찌릿한 자극이 느껴진다면 목 디스크를 의심해 봐야 한다. 이 경우 손 저림과 함께 어깨 통증, 뒷목의 뻣뻣함이 동반되기도 한다. 허리 디스크는 허리 통증과 함께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발목까지 내려오는 방사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기침하는 것처럼 몸에 일시적으로 힘이 들어갈 때마다 저린 증상이나 통증이 심해진다면 척추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저림과 허리 통증이 동반되면서 오래 서 있기 힘들다면 십중팔구 척추관협착증이다.
 
저린 증상을 파악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척추 질환도 중추신경 질환과 마찬가지로 저림이 편측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앙대 광명병원 신경과 하삼열 교수는 “척추 질환에 따른 저림이 중추신경 질환과 다른 점은 팔·다리 전체가 아닌 주로 한쪽 팔 또는 다리에서만 증상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중추신경 질환처럼 편측으로 팔·다리 전체에 저림이 나타나는 경우 척수병증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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