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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38만 가구…집 팔아도 못 갚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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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금융사에서 빚을 낸 38만 가구는 보유한 집을 팔아도 빚을 다 못 갚거나, 현재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쏟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이 이어지면 이런 ‘고위험’ 대출자나 취약차주의 부실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10일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는 모두 38만1000가구로 나타났다.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 가운데 3.2% 수준이다. 고위험 가구의 금융부채는 전체 금융부채의 6.2%인 69조4000억원에 이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은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고(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초과),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이 어려운(자산대비부채비율·DTA 100% 초과) 차주를 ‘고위험’ 가구로 분류한다. 이들은 대출 이자가 치솟거나 자산가격이 급락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고위험가구 수는 2020년 말(40만3000가구)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37만6000가구)과 비교하면 5000가구가 늘었다.

대신 고위험 가구보다 범위가 넓은 ‘취약 차주’는 확연한 증가세가 눈에 띈다. 취약차주는 여러 금융기관에서 빚을 낸 저소득자(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자(신용점수 664점 이하)를 의미한다.

취약차주 비중은 지난해 2분기 말 6.3%에서 같은 해 연말 6%로 하락했다. 올해 다시 올라 2분기 6.3%를 기록했다. 한은 측은 “소득 여건 악화, 신용도 변화 등 재무 건전성 저하뿐 아니라 대출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아 증가추세로 전환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문제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한 상당수 가계는 부동산에 돈이 몰려있어 집값이 하락하면 타격은 더 커질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 가계 자산의 86%는 부동산이다.

한은은 오는 12일 기준금리 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7일 채권 보유·운용 종사자 100명을 설문했더니 응답자 100%(직전엔 97.0%)가 이번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들 중 89%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포인트만 뛰어도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6조5000억원 늘어난다. 늘어난 이자의 3000억원은 취약차주, 나머지 6조2000억원은 비(非) 취약차주가 감당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전체 대출자의 연간 이자는 평균 32만7000원 증가한다. 취약차주가 25만9000원, 비 취약차주가 33만2000원씩 더 내야 한다.

한은이 10월에 이어 11월 연속 빅스텝에 나설 경우 이자는 두 달 사이 13조원 급증한다. 금리가 1%포인트 뛰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 부담액은 65만5000원, 취약차주는 51만8000원씩 늘어난다.

집값 역시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 5월부터 22주 연속 하락세다. 하락률(-0.2%)도 2012년 5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다. 한은은 지난 9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 가격이 지난 6월 말 대비 20% 정도 하락하면 대출자가 보유 자산으로 부채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가계 빚의 약한 고리인 ‘취약차주’가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기 저신용자·저소득자 등 취약차주가 급격하게 무너질 수 있다”며 “이들을 위한 금융 정책을 강화해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준현 의원도 “잇단 금리 인상으로 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특히 취약 차주와 저소득 가계의 이자 급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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