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발전 설비가 전국 곳곳에 깔리는 동안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은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원전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이 강조되면서 정작 중요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은 중국산 제품에 밀리고 있었다. 관련 일자리와 매출도 쪼그라들었다.
10일 한국에너지공단이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 용량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696㎿에서 2020년 4818㎿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로 보면 2015년 이후 27.4%를 기록 중이다. 보급량과 반대로 2015년 이후 재생에너지 산업의 고용 인원은 연평균 3%씩 줄었다. 지난 2020년 고용 인원은 9316명으로 전년보다 204명 늘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9687명과 비교하면 오히려 숫자가 적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재생에너지 전체 매출액도 2015년 이후 연평균 2.1%씩 감소했다. 재생에너지 중 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풍력 산업 매출은 연평균 6.4% 성장했지만,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태양광 매출이 꾸준한 감소세를 기록하면서다.
재생에너지 산업의 매출이 감소한 건 주요 부품이 중국산으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저렴한 중국산에 밀려 국내 재생에너지 업체의 시장 점유율과 수출 모두 감소했다. 태양광 모듈의 국산 점유율은 2019년 78.4%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66%로 하락했다. 반대로 이 기간 중국산 모듈 점유율은 21.6%에서 34%로 상승했다. 태양광 제조업 수출액은 2015년 3조3885억원에서 2020년 1조7695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풍력 설비 점유율은 이미 외국산에 역전된 상황이다. 국내 풍력설비(RPS 대상 기준)에서 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70.4%에서 지난해 31.5%로 감소했다. 외국산 설비 비중은 2020년 국산을 처음으로 역전했고, 지난해에는 68.5%까지 늘었다.
가격 면에서 국산과 외국산의 경쟁력 차이는 크다.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육상 풍력발전에서 ㎿당 터빈 가격은 국산이 약 11억원인데, 유럽연합(EU) 제품은 9억~10억원, 중국산은 7억~8억원으로 저렴하다. 해상 발전 부품값은 차이가 더 크다. 국산이 18억~19억원이라면 EU는 14억~16억원, 중국은 11억~13억원이다.
에너지공단은 “투자 수요가 부족해 상용화 터빈 규모와 이용률 등 기술력이 열위에 있다”며 “한국에선 대규모 생산도 어려워 가격 경쟁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풍력발전 날개(블레이드)는 국산이 중국산보다 약 14% 비싸고, 전력변환기는 독일산보다 25% 고가다. 증속기·발전기 등은 국내 제조업체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발전 단지 개발과 설치, 시공 등의 기술 능력은 주요 선진국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은 50~80 정도의 수준이라는 게 에너지공단의 분석이다. 풍력발전 사업을 실제 개시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인·허가 규제가 최대 24개에 이르는 한국의 현실도 풍력 산업의 발전을 어렵게 한다.
결국 재생에너지 정책을 정치적 목표가 아닌 산업 육성의 관점에서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금희 의원은 “지난 정부처럼 신재생에너지 보급 실적만 높이는 것을 넘어, 국내 산업과 기술 발전이 속도를 맞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의 산업 기여도에 대한 평가와 국산화 비율 반영제(LCR·자국산 부품 사용 의무화) 등의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