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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만 최고 26% 올린 군 골프장…비싸면 오지 마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9면

육군 체력단련장(골프장)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그린피를 대폭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세금으로 골프장을 지어놓고 국민에게 더 많은 돈을 받아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과 충남을 비롯해 전국 11개 육군 체력단련장은 지난 4일 그린피를 올렸다. 현역 군인과 예비역 군인(20년 이상 복무), 배우자 등은 기존 요금을 유지하고 일반인(비회원)은 최고 26%까지 인상했다. 체력단련장 측은 “9월 말 육군본부에서 공문(지침)이 내려와 부득이 인상했다”고 밝혔다.

요금 인상으로 현역 군인과 일반인 그린피 격차는 최대 5배까지 벌어졌다. 그러자 일반인 사이에선 “이럴 바엔 아예 민간인 출입을 금지하는 게 낫다”는 비판이 나온다. 군(軍)은 복지시설심의위원회를 열고 12월쯤 현역과 예비역의 그린피를 15%(계룡대CC 기준 3300원) 인상할 예정이다.

충남 계룡시에 있는 계룡대CC(18홀)와 구룡대CC(18홀)는 평일 기준 일반인 그린피를 10만6000원에서 12만4000원으로 1만8000원 올렸다. 주말 요금은 15만원에서 17만원으로 2만원 인상했다, 일반인은 카트 사용료 2만원에 경기보조원(캐디) 요금 3만5000원(1인)까지 5만5000원을 더 부담, 모두 22만5000원(주말 기준)을 내야 한다. 웬만한 대중골프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현역 군인과 배우자는 평일은 물론 주말(휴일)에도 그린피 2만9000원과 카트 사용료 6000원 등 3만5000원만 내면 된다. 캐디 비용은 일반인과 같다. 주말 기준 일반인 입장료(그린피+카트비)는 19만원으로 현역 군인(3만5000원)보다 5.4배나 많다.

구룡대CC에서 만난 한 대전시민은 “주변 다른 골프장보다 2~3만원 정도 저렴하기 때문에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며 “군(軍) 골프장의 적자를 일반인이 메워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계룡대CC와 구룡대CC 측은 “10년 만에 인상하는 데다 전국 골프장이 동일하게 그린피를 인상했다”며 “요금을 올렸어도 줄을 섰다. 비싸다고 생각하면 오지 않으면 된다”고 반박했다.

대전 유성구 자운대CC(9홀2)는 일반인 그린피를 6만8000원에서 8만6000원(평일 기준)으로 1만8000원(26.5%) 인상했다. 주말 그린피는 8만원에서 10만원으로 25% 올렸다. 카드비는 현역 군인 4000원. 일반인 1만2000원으로 세 배 차이다.

자운대CC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식당·그늘집 3만원 이상’이라는 조건을 걸고 예약 우대를 제공한다. 골프장에서 더 많은 돈을 쓰는 고객에게 우선권을 주는 방식이다. 자운대CC 누리집에는 이 조건을 비판하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충북 영동에 있는 남성대CC(9홀2)도 평일 일반인 그린피를 6만2000원에서 7만8000원으로 1만6000원(25.8%) 올렸다. 이 골프장 역시 현역 군인과 예비역 요금은 동결했다.

남성대CC 관계자는 “전체 내장객 가운데 25~30% 정도가 일반인인데 이들이 없으면 수익이 줄어 경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반인에게서 벌어들인 돈으로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공무원연금공단이 운영하는 전북 남원상록CC는 주중 그린피가 회원(공무원) 7만원, 일반인 11만원이다. 가격 차는 4만원이지만 카트비와 캐디피는 요금이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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