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500만원 짜리 느티나무 4억원 주고 덜컥 산 영동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9면

충북 영동군이 한 그루에 4억원을 주고 산 ‘천년 느티나무’의 애초 감정가가 4550만원에 불과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10일 감사원에 따르면 영동군이 2023년까지 공공과 민자 2693억원 들여 추진하는 레인보우 힐링관광지 조성 사업 과정에서 군(郡)이 감정평가를 무시한 채 고가의 조경수를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2020년 영동군이 의뢰한 1차 감정평가에서 4550만원이던 느티나무 한 그루 가격은 6개월 뒤 2차 감정에서 4억원으로 8배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소나무 4그루 가격은 7350만원에서 2억650만원으로 2.8배 불었다.

하지만 영동군은 산출 근거도 기재하지 않은 2차 감정평가를 토대로 몇 배나 비싼 값을 주고 나무를 샀다. 감사원은 “1차 감정평가액은 관련법 산출근거에 따라 적정하게 평가됐고, 영동군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박세복 전 영동군수 등 5명은 2020년 4월 경북 김천 소재 A씨의 농장을 방문해 ‘천년 느티나무’ 등 조경수 5그루 구매를 추진했다. 당시 A씨는 “느티나무 수령이 1000년 이상이고, 벼락을 맞아 생긴 구멍으로 달을 볼 수 있어 ‘달을 품은 천년 느티나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A씨는 느티나무 1그루 가격을 10억원, 농장 전체 조경물은 30억원을 제시했다. A씨의 판매금액이 1차 감정평가액에서 크게 벗어났지만, 영동군은 그해 9월 “조경물(조경수 145주·조경석 53개)에 대한 재감정 결과가 20억원 이상이면 매매를 진행한다”고 구두로 합의했다.

군은 합의에 맞춰 2차 감정평가를 진행한 뒤 조경수 구매예산을 21억6000여만원으로 책정했다. 천년 느티나무(4억원)와 소나무 4그루(2억원) 가격이 불어난 것도 이때였다.

영동군은 지난해 4월 A씨에게 느티나무 등 조경수 63그루를 1차로 구매하고 대금 9억9000만원을 지급했다. 나머지 조경물(10억원)과 운반·식재비용(3억원)은 예산이 없어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공직후보자 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박 전 군수의 비위를 인사혁신처에 통보했다. 당시 조경사업을 주도한 힐링사업소 팀장을 강등, 소장을 정직 처분하라고 지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