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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엔 KTX역만 3곳…공주역 승객은 하루 100명도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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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구 36만의 강원 원주시에는 KTX 역사(驛舍)가 세 곳이다. 하지만 이용객은 극히 적다. 한적한 곳에 만든 KTX 공주역도 이용객이 별로 없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상혁(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원주시에는 서원주역·만종역·원주역 등 KTX 역이 모두 세 곳이다. 셋 다 반경 10㎞ 안에 있다. 원래 만종역으로 일원화 돼 있었는데, 지난해 중앙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변화가 생겼다. 만종역에는 강릉선(서울~강릉) KTX가, 원주역에는 중앙선(청량리~안동) KTX가, 서원주역에는 강릉선과 중앙선이 모두 지난다.

올해 서원주역의 주중 일평균 이용자(승차/하차)는 KTX와 무궁화호를 합쳐 62명/59명에 불과하다. 주말도 96명/99명이다. 원주역은 주중 370명/362명, 주말 370명/388명이고, 만종역은 주중 1095명/1036명, 주말 1390명/1351명이다. 나중에 지은 원주역과 서원주역 이용자가 만종역보다 훨씬 적다.

원주 지역 역사 3곳 근무자는 53명이다. 일평균 이용자 1만 명이 넘는 KTX 광명역은 37명이다. 비효율적, 심지어 낭비라는 지적이 나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지난해 원주 지역 역사 3곳 인건비만 30억원 넘게 지출했다. 역사별로 인건비를 보면 ▶서원주역 11억4000만원 ▶원주역 10억6000만원 ▶만종역은 10억4000만원 등이다. 이용객이 적을수록 인건비는 더 들었다. 서원주역은 연간 전기료만 1억2000만원이다. 코레일은 지난해 1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중앙선을 개통할 때 기존 역을 이용할 경우 열차 운행의 효율성이 떨어져 새로 역을 만든 것”이라며 “서원주역은 강릉선과 중앙선이 만나는 지점이라 여객 수송뿐 아니라 안전 관리 거점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충남 공주역은 역사 위치를 잘못 선정해 이용자가 거의 없다. 인근 지자체에서도 KTX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역사를 건설한다며 인구가 많은 도심이 아니라 관련 지자체들의 중간 지점인 외곽에 역사를 지었다. 박상혁 의원은 “호남고속철도 공주역이 공주에는 있지만, 공주·부여·논산 등 인근 지자체에 대한 정치적 고려로 엉뚱한 곳에 역사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공주역을 이용하려는 관련 지자체 주민 대부분이 시간을 들여 역사까지 이동해야 한다. 서울 행 KTX를 이용하려면 공주 도심에서 역사까지 자동차로 20분 이상 걸린다. 시내에 위치한 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게 비용과 시간 면에서 이득이라고 한다. 공주역 주중 이용객은 일평균 100명 미만이다.

공주역은 국가철도공단이 184억원을 들여 지상 2층(연면적 5273㎡)규모로 만들었고, 2015년 4월부터 코레일이 운영중이다. 공주역 위치는 2006년 호남고속철도 건설 기본계획 수립과 동시에 확정됐다. 호남고속철 분기역인 오송역과 익산역 중간지점을 선택했다. 오송역에서 43㎞, 익산역에서 45㎞ 떨어진 허허벌판에 지었다. 공주 시내에서 17㎞ 떨어져 있다.

박 의원은 “철도 같은 기간산업은 정부 정책 결정에 따라 수익구조가 결정되는 대표적인 산업”이라며 “공공기관 혁신은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정부의 정책 방향부터 혁신 대상이 아닌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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