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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본능’ ‘회전본능’ 자동차 인포 대전에 삼성‧LG‧SK 참전

중앙일보

입력

볼보가 최근 출시한 V60 크로스컨트리 내부. 메인 디스플레이가 세로로 달려 있다. 사진 볼보

볼보가 최근 출시한 V60 크로스컨트리 내부. 메인 디스플레이가 세로로 달려 있다. 사진 볼보

자동차와 승객 사이에 소통을 중시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차량용 내부 디스플레이와 인포테인먼트(정보 엔터테인먼트 기능) 시스템에도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수입차 업체는 국내 차량용 소프트웨어 기업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스웨덴의 볼보는 지난 4~6일 강원도 속초에서 신형 S60과 V60 크로스컨트리를 취재진에 공개하면서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강조했다. 9인치(약 23㎝) 크기 중앙 디스플레이는 미국 테슬라와 유사하게 세로로 들어갔다.

인공지능으로 카페에 음료 주문 문자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지난해 9월부터 SK텔레콤과 협업해 300억원을 들여 개발했다. 운전자가 “아리야”라고 부르면 문자 전송부터 음악 찾기, 주변 정보 탐색까지 가능했다. 지난 5일 강원도 속초에서 고성 인근까지 약 65㎞ 구간에서 “카페에 바닐라라떼라고 문자 보내줘”라고 말하자 미리 저장해 놓은 카페 연락처에 문자가 발송돼 음료 주문이 사전에 가능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내놓은 탕 모델에서 메인 디스플레이가 회전하고 있다. 버튼을 누르면 가로에서 세로로 회전할 수 있다. 사진 유튜브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내놓은 탕 모델에서 메인 디스플레이가 회전하고 있다. 버튼을 누르면 가로에서 세로로 회전할 수 있다. 사진 유튜브

이는 SK텔레콤 인공지능(AI) 플랫폼 누구(NUGU)로 가능한 기능이다. 당일 비가 계속 됐는데 우천 시 맞는 음악을 틀어 달라고 하니 가수 임영웅의 ‘사랑은 늘 도망 가’가 재생됐다. 이날 행사에 맞춰 SK텔레콤 담당 직원들도 미리 현장에 대기해 시스템을 점검했다.

티맵으로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플로(FLO)를 통해 음악을 검색하고 재생할 수 있는 건, 스마트폰 내에서만 경험했던 SK텔레콤의 기존 애플리케이션 기능보다 한 단계 앞선 것이다. 볼보 관계자는 “인공지능이라 학습을 많이 할수록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시트에 열선을 켜는 기능은 아직 “궁따”가 아닌 “궁따를 켜줘”라고 말해야 작동됐다.

300억원으로 SK와 협업한 볼보 인포테인먼트 

수입차 업체가 국내 업체와 자동차 부품으로 협업한 건 지난 8월 영국의 재규어-랜드로버에서 진행한 ‘올 뉴 레인지로버’ 출시 행사에서도 보여졌다. 13.1인치(약 33㎝) 크기 중앙 화면은 LG디스플레이가 제작한 곡선형 제품이 들어갔다. 랜드로버 측은 “햇빛이 강한 주간에는 평면보다 곡선에 눈부심이 덜하다”고 소개했다. 올 뉴 레인지로버에도 SK의 티맵 내비게이션이 탑재됐다.

지난 8월 삼성전자가 공개한 폴더식 차량용 디스플레이. W자형으로 두 번 접힐 수 있다. 차량 뒷좌석 승객을 위해 개발됐다. 김민상 기자

지난 8월 삼성전자가 공개한 폴더식 차량용 디스플레이. W자형으로 두 번 접힐 수 있다. 차량 뒷좌석 승객을 위해 개발됐다. 김민상 기자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비야디(BYD)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에 버튼 하나로 세로에서 가로로 회전이 가능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2020년 LG전자가 선보인 스마트폰 ‘윙’이나 2004년 삼성전자가 내놓은 ‘가로 본능’을 떠오르게 하는 모델이다. 정연우 울산과학기술원(UNIST) 디자인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은 사용자가 몰입하면서 화면을 보게 되는데 자동차 안에서는 전방을 주시해야 해 환경이 서로 다르다”며 “디스플레이와 인포테인먼트 회사들이 차량용을 위한 데이터를 쌓으면 새로운 플랫폼 경쟁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BYD, LG 윙과 같은 회전형 디스플레이

삼성전자도 자동차 전장과 오디오 전문 자회사인 하만을 통해 디스플레이와 인포테인먼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개발 역량을 활용해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EQS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BUX를 공급하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서울 잠실에 차량용 장비 전문 임시 전시관을 열어 두 번 접히는 W자형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삼성전자 측은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자동차 운전 공간 시장이 10년 이내에 2배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경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곡면과 유연함을 가져야 하는 차량 내부용 디스플레이를 고려하면 국내 업체가 기술력을 갖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이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차량 내부는 스마트폰과 달리 크기와 형태가 다양한 디스플레이가 들어간다”며 “부품 업체를 키우고 인증 인프라를 갖춰야 시장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8월 공개된 재규어-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시승행사에서 공개된 LG디스플레이. 주간에도 빛 반사가 덜 하도록 곡선형 디스플레이가 달렸다. 김민상 기자

지난 8월 공개된 재규어-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시승행사에서 공개된 LG디스플레이. 주간에도 빛 반사가 덜 하도록 곡선형 디스플레이가 달렸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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