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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주 주말 100명도 안 타는데…원주 KTX 3곳, 인건비만 30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월 강원 원주시 원주역에서 KTX 이음 개통식이 열였다. KTX 이음 열차가 승강장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월 강원 원주시 원주역에서 KTX 이음 개통식이 열였다. KTX 이음 열차가 승강장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10㎞ 근방 KTX역만 3곳 ‘혼란’

인구 36만명인 원주시에 KTX 역사(驛舍)가 3곳이나 있지만 이용객은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적한 곳에 만든 KTX공주역도 이용객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상혁(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원주시에는 10㎞ 반경에  KTX 역사가 서원주역·만종역·원주역 등 3곳이 있다. 원래 원주시 KTX 역은 만종역으로 일원화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중앙선 복선전철이 개통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현재 만종역에는 강릉선(서울~강릉) KTX가, 원주역에는 중앙선(청량리~안동) KTX, 서원주역에는 강릉선과 중앙선이 모두 운행 중이다. 올해 서원주역 KTX와 무궁화호 일평균 승차 탑승객 수는 주중 62명, 주말 96명에 불과하다. 내리는 승객은 주중 59명, 주말 99명이다.

원주역 KTX와 무궁화호 주중 일평균 승차 탑승객 수는 370명, 하차는 362명이다. 주말에도 승차 370명, 하차 388명 수준이다. 만종역 KTX와 무궁화호 주중 일평균 승차 탑승객 수는 1095명, 하차는 1036명이다. 주말에는 승차 1390명, 하차 1351명이다. 새로 지어진 원주역과 서원주역의 이용객이 훨씬 적다.

지난해 11월 강원 원주시에 있는 원주역 전경.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강원 원주시에 있는 원주역 전경. 중앙포토

원주 3곳 역사 전기료도 ‘3억원’ 달해  

더욱이 이들 3곳 역사에 근무 인원은 53명에 이른다. 반면 하루 이용객이 1만명 이상인 광명역 직원이 37명이다. 이때문에 원주는 KTX역사 운영에 따른 인력과 인건비 등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코레일은 지난해 원주시 3곳 역사에 인건비로만 30여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역사별 인건비 지출 내역을 보면 서원주역은 11억4000만 원, 원주역은 10억6000만 원, 만종역은 10억4000만 원이다. 여기에 가장 이용객이 적은 서원주역은 전기료로 한해 1억2000만 원을 썼다. 3곳 역사 전기료를 합하면 3억 원에 이른다. 상하수도 요금도 역사별로 지난해 446만~671만 원이 나왔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비효율적인 역사 설치로 연간 수십억 원의 운영비를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코레일은 지난해 1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중앙선을 개통할 때 기존 역을 이용하면 열차 운행 효율성이 떨어져 새로 역을 만든 것”이라며 “서원주역은 강릉선과 중앙선이 만나는 지점이라 여객 수송뿐 아니라 안전 관리 거점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17년 8월 강원 원주시 만종역 원주~강릉 복선철도에 KTX 열차를 투입해 시험운행을 한 모습. 연합뉴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17년 8월 강원 원주시 만종역 원주~강릉 복선철도에 KTX 열차를 투입해 시험운행을 한 모습. 연합뉴스

“충남 공주역 너무 멀어” 고속버스 이용

이와함께 충남 공주역은 역사 위치 선정을 잘못해 수요가 거의 없다. 박 의원은 호남고속철도 공주역은 공주에 있지만, 역사 선정 당시 공주ㆍ부여ㆍ논산 등 인근 지자체와 갈등, 정치적 고려로 엉뚱한 곳에 역사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인근 지자체 주민이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역사를 건설한다는 이유로 인구가 많은 도심 근처가 아닌 해당 지자체 중간 지점에 역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공주역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 주민 대부분이 수십 분 이상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공주는 서울에 가기 위해 KTX를 이용하려면 20분 이상 차로 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공주시내에 위치한 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는 것이 비용과 시간 면에서 이득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공주역 이용객은 주중에 하루 평균 100명 미만이다.

공주역사. 연합뉴스

공주역사. 연합뉴스

공주역은 국가철도공단이 184억원을 들여 지상 2층(연면적 5273㎡)규모로 만들었고, 2015년 4월부터 코레일이 운영중이다. 공주역 위치는 2006년 호남고속철도 건설기본계획 수립과 동시에 확정됐다. 호남고속철 분기(分岐)역인 오송역과 익산역 사이 중간지점을 선택했다. 오송역·익산역과 각각 43㎞, 45㎞ 떨어져 있는 허허벌판에 지었다. 공주 시내와 17㎞ 정도 떨어져 있다.

박 의원은 “철도와 같은 기간 산업은 정부 정책 결정에 따라 수익 구조가 결정되는 대표적인 산업”이라며 “공공기관 혁신은 필요한 부분이나 그에 앞서 정부의 정책 방향이 혁신의 대상이 아닌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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