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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빨갛게 물들지 않는 단풍나무, 어떻게 구별할까

중앙일보

입력

날씨가 꽤 쌀쌀해졌습니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어요. 초록을 뽐내던 나뭇잎들도 조금씩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풀들도 시들면서 단풍이 들어갑니다. 단풍이란 말은 초록의 잎이 낙엽이 되기 전 울긋불긋 물드는 것을 말하는데요. 아예 단풍이란 말을 자신의 이름으로 삼는 나무가 있지요. 이번에는 바로 그 ‘단풍나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단풍나무는 워낙 단풍이 아름답기 때문에 이름도 단풍나무가 되었는데요. 종류도 많죠. 우리나라에만 단풍나무 종류가 20종 정도 살고 있어요. 재미있게도 단풍이 들지 않는 종류도 있답니다. 단풍나무를 비롯해 당단풍나무·섬단풍나무·신나무·부게꽃나무·네군도단풍·복자기·복장나무·청시닥나무·시닥나무·산겨릅나무·고로쇠나무·공작단풍·홍단풍·세열단풍·사탕단풍·은단풍·중국단풍 등이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단풍나무과 친구들이죠.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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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여러 식물에 단풍이 드는 건 계절 변화가 주된 이유예요. 날씨가 추워지면 식물이 광합성을 점점 줄이면서 초록의 엽록소가 더 만들어지지 않고 온도에 약해 파괴되는 가운데, 그보다 양이 훨씬 적어 숨겨졌던 다른 색소들이 표면으로 나타나 다양한 색깔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주로 붉은색을 띠는 것은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라는 물질이 발현된 거예요. 안토시아닌은 자외선으로부터 세포 보호, 수분 부족 및 추위로부터 잎을 지키고, 항균 및 항산화 등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안토시아닌 색소는 산성일 때 빨간색을, 알칼리성일 때 파란색을 띠죠. 과일 중에서도 붉거나 푸른색 등을 만들어내는 것이 안토시아닌입니다. 우리 사람들도 노화방지 등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안토시아닌이 함유된 식품을 많이 먹고 있죠. 또 다른 색소로 노란색 또는 주황색을 띠는 카로티노이드계, 갈색을 띠는 탄닌 등이 있어요. 잎 세포 내 색소 분자가 각각 얼마나 있는지 상대적인 양에 따라 단풍의 색이 결정됩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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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단풍나무를 메이플(maple)이라고 해요. 팬케이크나 와플 등 디저트에 곁들이는 메이플 시럽은 단풍나무 수액으로 만들죠. 거의 모든 종류의 단풍나무에서 수액을 얻을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주로 사탕단풍(설탕단풍)의 수액으로 메이플 시럽을 만듭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전통기호식품이었던 메이플 시럽 제조법을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온 이들에게 가르쳐줬고, 현재는 캐나다의 특산품이 됐죠. 캐나다 국기에 그려진 나뭇잎 그림도 플라타너스가 아니라 단풍나무, 바로 사탕단풍의 잎이에요. 사탕단풍의 학명은 에써 사카룸(acersaccharum)이라고 하며, 여기서 ‘acer’는 갈라진다는 의미로 단풍나무를, 뒤에 나오는 ‘saccharum’은 설탕(사탕수수)을 뜻하죠. 이 라틴어 단어는 로마 시대에 처음 등장하는데 당시엔 귀한 사치품 혹은 약품을 가리키던 말이기도 했죠. 설탕을 이르는 러시아어 сахар, 영어의 sugar, 프랑스어의 sucre, 이탈리아어의 zucchero와도 어원이 같다고 해요.
우리나라에선 같은 단풍나무 종류인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채취하죠. 고로쇠 물(수액)은 뼈에 좋다고 해서 골리수(骨利水)라는 말에서 이름 붙여졌다고 하는데요. 서양의 사카룸만이 아니라 동양에서도 단풍나무 수액은 일종의 약으로 사용된 셈입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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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는 모두 시옷자 모양의 열매를 달고 있어서 열매만 보고도 단풍나무 종류임을 알 수 있지요. 한자로 날개 시(翅)자를 써서 시과(翅果)라고도 부릅니다. 늦가을 잘 건조된 열매는 바람을 타고 멀리 이동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단풍나무 열매가 두 개가 붙어서 날아간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두 개가 붙어있는 상태로 날리면 잘 날지 않죠. 관찰해 보면 한 개씩 쪼개져서 회전하며 날아갑니다. 오랜 시간 단풍나무 열매가 두 개씩 붙어서 날아간다고 생각한 이유는 뭘까요? 밖에 나가서 단풍 씨앗이 날아가는 것을 제대로 관찰하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자연은 책으로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나가서 눈으로 관찰하는 것이 제대로 된 공부입니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니 한번쯤 나가서 직접 단풍 씨앗을 날려보며 단풍나무의 번식 전략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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