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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드팬 싱가포르 아줌마 엄마한테 영감 얻었어요”…부산영화제 화제작 ‘아줌마’ 허슈밍 감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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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영화 ‘아줌마’는 최초의 한국-싱가포르 합작 영화다. 한국 드라마에 빠진 싱가포르의 아줌마가 홀로 떠나온 한국 여행에서 좌충우돌을 겪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영화 ‘아줌마’는 최초의 한국-싱가포르 합작 영화다. 한국 드라마에 빠진 싱가포르의 아줌마가 홀로 떠나온 한국 여행에서 좌충우돌을 겪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는 해외 감독이 한국에서, 한국 배우들과 함께 제작한 영화가 다수 초청되며 한국 영화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 배우들과 촬영해 이미 유명한 ‘브로커’부터 캄보디아계 프랑스 감독 데이비 추의 ‘리턴 투 서울’ 등이 그 예다. 최초의 한국-싱가포르 합작 영화 ‘아줌마’는 그 중에서도 최대 화제작으로 꼽힌다.

영어 제목도 ‘아줌마’의 발음을 그대로 표기한 ‘Ajoomma’인 이 영화는 싱가포르 신인 감독 허슈밍이 연출했다. 주인공 ‘아줌마’는 싱가포르의 국민 여배우 홍휘팡이 맡았지만 80% 이상의 장면이 한국에서 촬영됐고, 홍휘팡을 제외한 대부분의 출연진도 정동환·강형석·여진구 등 한국 배우다. 허슈밍 감독은 7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실제로 한국 드라마의 열성 팬인 어머니에게 영감을 받은 이야기”라며 “한국 드라마 시청자라면 누구나 ‘아줌마’라는 단어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아줌마’는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인 싱가포르 아줌마 림메이화(홍휘팡)가 난생 처음 홀로 떠난 한국 여행에서 일행으로부터 낙오되며 겪는 좌충우돌을 그려낸 성장 스토리다. 이 영화가 첫 장편 데뷔작인 허슈밍 감독은 “엄마도 자신만의 인생이 있다는 걸 자식들은 잊을 때가 많다. 어머니들에게도 ‘엄마’라는 역할 이외의 삶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또 중년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가 많지 않은데, 모든 중년 여성이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진위 등 지원…6년 반 만에 빛 봐

영화 ‘아줌마’의 허슈밍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홍휘팡, 강형석이 7일 부산 영상산업센터에서 기자간담회 후 촬영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영화 ‘아줌마’의 허슈밍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홍휘팡, 강형석이 7일 부산 영상산업센터에서 기자간담회 후 촬영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한번에 3~4개의 한국 드라마를 동시에 볼 정도로 K드라마에 푹 빠진 어머니를 그리려다 보니 자연스레 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기획하게 됐지만, 실제 제작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았다. 싱가포르 측 제작자 앤소니 첸은 “허슈밍 감독과 작품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나눈 게 2015년 12월이니 6년 반이나 지나 세상에 선보이게 된 것”이라며 “한국 영화의 경우 예산이 크거나 상업성 있는 작품이 많기 때문에, 데뷔작인데다 규모가 작은 우리 영화에는 참여를 꺼리는 한국 제작자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언어가 통하는 제작사를 찾는 것 역시 쉽지 않았지만, 앤소니 첸이 2015년 BIFF 당시 ‘아시아영화아카데미’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영어에 능통한 국내 프로듀서를 소개받으면서 합작 제작에 물꼬가 트였다. 부족한 제작비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서울영상위원회를 비롯해 국내외 다수 기관의 지원을 통해 충당할 수 있었다. 앤소니 첸은 “BIFF와 영진위 등에 정말 감사드린다”며 “아주 적은 예산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이 작품에 믿음을 갖고 제작해 마침내 월드 프리미어를 이곳 부산에서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다국적 배우들이 함께 합을 맞추는 과정 역시 쉽지 않았지만, 워크숍 등을 거치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관광 가이드 권우 역을 연기한 배우 강형석은 “소통 문제를 가장 걱정했었는데, 촬영 전 며칠 간의 워크숍을 가지며 함께 모여 명상도 하고,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런 과정 덕분에 어느 순간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돌이켰다.

허슈밍 감독은 “홍휘팡, 정동환 배우가 촬영장에서 오래 침묵할 때가 있었는데, ‘둘 다 골프를 치니 골프 얘기를 해보라’고 각 배우에게 무전기로 말한 적도 있었다”며 “그렇게 조금씩 대화를 끌어냈더니 촬영 마지막에 가서는 두 배우가 굉장히 친한 친구가 돼있더라”고 말했다.

주연 홍휘팡 “나도 K드라마 푹 빠져”

싱가포르에서 연기 경력만 40여년인 배우 홍휘팡은 “저 스스로도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사는 아줌마”라며 “싱가포르와 비교했을 때, 너무나 열정적인 한국 배우와 촬영팀의 모습 덕분에 영하 10도의 날씨에도 촬영이 즐겁고 기대됐다”고 말했다.

어머니 못지않게 스스로도 “한국 영화를 좋아하고 선망한다”는 허슈밍 감독은 “한국 제작자들은 항상 자신의 작업에 엄청난 깊이를 추구한다”는 점을 한국 영화의 매력으로 꼽았다. 한국 감독 중에서 이창동 감독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이창동 감독이 삶의 매우 어려운 주제들을 인간적인 방식으로 그려낸다는 점에서 존경한다”며 “한국 영화인들과 일했던 경험은 내가 영화 일을 해나가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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