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 이번엔 휴일 심야 동해로 미사일 2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북한이 연휴인 9일 새벽 또다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두 발을 동해상으로 쐈다. 전날 한·미 연합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는 미국 항공모함강습단을 향해서다. 이번 도발은 지난 8일 북한 국방성 대변인이 동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우리 군대가 정당한 반응(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보인 데 대해 소위 경고를 보내려는 군사적 허세”라며 “매우 우려스러운 현 사태 발전에 대해 엄중히 보고 있다”고 밝힌 지 약 15시간 만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원산 북쪽의 강원도 문천시 일대에서 9일 오전 1시48분부터 10여 분 간격으로 SRBM 두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한·미 군 당국은 두 발 모두 고도 약 90㎞로 약 350㎞를 비행한 것으로 탐지했다. 최고속도는 마하 5(음속의 5배) 정도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전문가들은 이런 비행 특성을 토대로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의 북한식 표현)인 KN-25을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판 에이태큼스’로 평가되는 KN-24 지대지미사일의 경우 같은 거리를 더 낮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일각에선 항모를 겨냥한 미사일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비행거리나 고도 등으로 볼 때 KN-25로 추정되지만, 비행 특성이 유사한 대함 탄도미사일(ASBM)인 KN-18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2017년 5월 시험발사했던 KN-18은 탄착점 오차가 작은 초정밀 유도탄이다.

북한, 보름새 미사일 7번…“언제 어디서든 쏜다” 무력시위

북한이 항모강습단을 상대로 KN-18을 포함해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섞어 쏘는 다층 공격에 나설 경우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이 최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한 건 지난달 25일이다. 5년 만에 부산항에 입항했던 레이건함 등 항모강습단이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 나서기 전날이었다. 이후 북한은 연합훈련 중인 동해를 향해 두 차례 더 SRBM을 발사했다. 한·미·일 대잠수함전 훈련(지난달 30일) 다음 날에도 미사일을 쐈고, 급기야 지난 4일엔 일본 상공을 넘어 태평양까지 날아가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까지 발사했다.

이후 레이건함이 다시 동해로 돌아와 한·미·일 미사일 방어훈련(지난 6일), 한·미 연합기동훈련(지난 8일)을 잇따라 실시하자 SRBM을 총 네 발 더 쐈다. 북한은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23차례, 순항미사일을 두 차례 발사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발사로만 보면 11번째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와 연합훈련을 무시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미 항모강습단이 훈련하는 도중이나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미사일을 쏘는 행태는 미군 입장에선 완전히 체면을 구기는 일일 수 있다”고 짚었다.

미8군이 지난 8일 한국에 도착해 순환배치 임무를 시작하는 제2스트라이커여단전투단(SBCT)의 도착 모습을 이례적으로 온라인에 공개한 것에 대응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8군은 트위터에 “현재 진행: 2-2 SBCT가 한국에서 9개월 순환 임무를 시작하기 위해 평택항에서 하역을 시작했다”는 글과 영상을 함께 올렸고, 미 국방부 웹사이트에도 사진 수십 장을 함께 공개됐다.

전략자산 전개 또는 미군 순환배치와는 별도로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 7일(현지시간) 대북 석유 수출에 관여한 싱가포르 및 대만 거주 개인 2명과 사업체 3곳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이들의 행위가 북한군과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 발전을 직접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실전 능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최근 남한의 현무-2 미사일 실패 시간대에 맞춰 도발한 것은 남한 대비 우월한 전술운용 역량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일상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남한 군 관계자들을 지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들 사이에선 “북한의 일상적인 미사일 발사가 한·미의 대응을 무디게 만드는 심리전의 일환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군 당국은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 등을 빌미로 미사일 시험발사 또는 다른 형태의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군 일각에선 과거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폭침과 같은 북한의 기습적인 국지 도발 가능성도 우려한다. 군 소식통은 “현재 서해 5도에선 특이 동향이 발견되진 않는다”면서도 “다만 과거에도 특이 징후가 나오고 도발한 적은 없다. 군내에 긴장감이 많이 고조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