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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전기차 올인할 때…세계 1위 도요타는 다른 차 키운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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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아키오 도요다 도요타 사장이 기자 회견에서 엄지 손가락을 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아키오 도요다 도요타 사장이 기자 회견에서 엄지 손가락을 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치솟은 가운데 2040년이면 내연기관 판매량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 등 기존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전환에 수십조원을 쏟아붓겠다고 나서는 상황에서 자동차 세계 1위 일본 도요타는 “예상보다 전환 속도가 더딜 수 있다”며 나 홀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 사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자동차 전문 판매자들과 회의에서 “전기차 전환 속도가 자율주행차처럼 느리게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다양한 모델로 고객을 만족시키겠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차 전환 속도 예상보다 더딜 수 있어”

유럽의회와 미국 정부가 각각 10여년 안에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규제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폴크스바겐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은 수십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전환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도요타만 전기차 전환에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도요타는 지난해 12월 8조 엔(약 78조4300억원)에 달하는 친환경차 관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차(H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다양한 친환경차 모델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4조 엔이 전기차에 투자되며, 2030년까지 15개 모델을 만들어 350만 대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환 속도보다 낮은 수준이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 23개 모델을 내놓고, 연간 100만 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도요타가 이같이 전기차에만 매달리지 않는 배경에 대해서 CNBC는 충전시설 부족과 높은 가격 등을 이유로 꼽았다. 특히 도요타는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과 니켈 공급이 향후 5~10년 동안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1997년부터 하이브리드차를 양산한 도요타는 배터리와 모터에 관한 기술도 축적하고 있어, 원료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우려를 누구보다 강조하고 있다. 세계 4위 스텔란티스도 지난 5월 2024∼2025년 전기차용 배터리, 2027∼2028년 전기차 전용 원자재가 각각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배터리 기술 축적한 도요타, 가격 상승 우려 

도요타는 지난달 30일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 연 ‘전동화 아카데미’에서도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차 시장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병진 한국도요타 상무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비롯해 주행 거리와 배터리 기술 등 관련 기술이 나갈 길이 아직 멀다”며 “이런 것들이 개선돼야 순수 전기차가 널리 보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사용했을 때 배터리 제조와 에너지 생산을 고려하면, 하이브리드차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욱 적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도요타가 지난 9월 한국에 출시한 하이브리드 모델 NX350h. 배터리 충전과 주행 동력을 위한 모터가 2개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국토요타자동차 트레이닝 센터에서 경기도 용인시의 주말농장까지 왕복 약 100km 구간을 시승해 보니 배터리 충전을 위한 회생 제동 구간에서도 급정거 없이 부드럽게 감속됐다. 계기판에 표시된 총 평균 연비는 리터당 16.3㎞으로 나왔다. 사진 한국토요타자동차

도요타가 지난 9월 한국에 출시한 하이브리드 모델 NX350h. 배터리 충전과 주행 동력을 위한 모터가 2개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국토요타자동차 트레이닝 센터에서 경기도 용인시의 주말농장까지 왕복 약 100km 구간을 시승해 보니 배터리 충전을 위한 회생 제동 구간에서도 급정거 없이 부드럽게 감속됐다. 계기판에 표시된 총 평균 연비는 리터당 16.3㎞으로 나왔다. 사진 한국토요타자동차

박태훈 일본 간사이대 경영학과 교수는 “도요타는 전기차 보급에는 시간이 더 걸린다고 보고 있지만 관련 기술 특허는 세계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시장 확대 추이를 지켜보고 판매를 확대하는 ’양손잡이 전략’을 쓰고 있다”고 풀이했다.

닛산·혼다 등 다른 일본 업체는 전기차 양산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닛산은 최근 전기차 사업 전환을 위해 제휴 업체인 프랑스 르노에 자사주 매각을 요청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일본 도심지역 단거리 이동 구간을 위한 경차 크기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고, 아파트마다 충전 시설을 의무 설치하는 법안이 마련되고 있다.

경쟁 업체는 전기차 전환 ‘가속도’

이항구 호서대 기계자동차학부 교수는 “2030년에는 미국‧유럽‧중국에서 전기차 판매 점유율이 40~50%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도요타가 멈칫하는 사이에 다른 완성차 업체가 점유율을 빠르게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30일 한국토요타자동차가 개최한 전동화 아카데미에서 공개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 휘발유 주유와 전기 충전이 모두 가능한 모델이다. 사진 김민상

지난달 30일 한국토요타자동차가 개최한 전동화 아카데미에서 공개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 휘발유 주유와 전기 충전이 모두 가능한 모델이다. 사진 김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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