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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때 필로폰, 신체포기각서까지 써봤다" 마약 중독자 고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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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덕 마약퇴치운동본부 재활지도실장. 사진 유튜브 캡처

박영덕 마약퇴치운동본부 재활지도실장. 사진 유튜브 캡처

“중1 때 본드를 접했고, 16~17세 때 필로폰에 손을 댔습니다. 정신병원에도 입원했지만 헤어 나오지 못했고, 사채업자에게 연락해 신체 포기각서를 쓰고 또 마약에 빠졌습니다. 지금은 당뇨로 29년째 고생하고 있습니다.”

마약에 25년간 중독됐던 경험이 있는 박영덕 마약퇴치운동본부 재활지도실장이 최근 뉴스1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경험담이다.

최근 방송인 돈스파이크가 마약을 복용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마약 중독의 심각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박 실장은 숨겨진 중독자가 최소 100만 명은 더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실장은 “과거엔 외국 여행을 간다고 하면 좋은 곳에 가서 좋은 경치 보는 걸 생각했지만, 요새는 여행 간다는 목적이 약을 한다는 얘기랑 똑같이 들리는 때다. 클럽도 약을 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지 논다는 문화도 아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그렇게 됐다”고 언급했다.

박 실장은 이런 현상이 나타난 원인이 마약에 접근하기 쉬워진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요즘은 혼자 사이트에 들어가서, SNS를 통해 마약을 구한다. (거기서) 하는 방법까지 다 가르쳐 준다”며 “그러다 보니 자기가 혼자 집에서 몰래 하게 되고 중독이 된다”고 언급했다.

박 실장 역시 미성년자 시절부터 마약에 손을 대 젊은 시절을 포함해 인생의 25년을 마약으로 허비했던 경험이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본드를 접했던 그는 16~17세에 필로폰에 손을 댔다. 학생의 신분으로 마련하기 어려웠던 고가의 마약은 유흥업소 일을 하며 구했다. 버는 돈은 족족 마약으로 탕진했다.

그의 부모는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지만 끝내 헤어 나오지 못했고, 사채업자에 연락해 신체 포기각서를 쓰고 또 마약에 빠졌다. 자신에게 남은 돈을 탕진하고 노숙인으로서 '바닥'을 경험했고, 그제야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중독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했다. 20여 년간 마약을 한 후 끊으려 했지만, 5년 동안 재발했다고 한다.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는 작곡가 겸 가수 돈 스파이크(45, 본명 김민수)가 지난 9월 28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돈 스파이크를 체포했다. 검거 당시 돈 스파이크가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 양은 30g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1회 투약량이 0.03g인 것을 고려했을 때, 이는 약 1000회분에 해당한다. 뉴스1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는 작곡가 겸 가수 돈 스파이크(45, 본명 김민수)가 지난 9월 28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돈 스파이크를 체포했다. 검거 당시 돈 스파이크가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 양은 30g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1회 투약량이 0.03g인 것을 고려했을 때, 이는 약 1000회분에 해당한다. 뉴스1

그렇기 때문에 박 실장은 누구보다 마약 중독성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마약을 오래 하다 보면 삶의 낙이 없고 우울 증세가 깊어진다. 죽고 싶은 심정뿐”이라며 “나와 어렸을 적 마약을 같이 했던 사람 중 나이 60세가 안 돼서 수명을 다한 사람들이 꽤 있다. 나도 당뇨가 29년 됐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끝으로 마약 근절을 위해선 무엇보다 ‘마약’이란 단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문화를 없애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마약에 대한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마약 떡볶이’ ‘마약 김밥’ 이렇게 부르면서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문화가 있는 것이 문제다. ‘맛있는 떡볶이’ 이렇게 하면 되지 않나. 어릴 때부터 사고방식이 올바로 잡혀 있어야 한다. ‘이건 건드리면 큰일 난다’는 정도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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