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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너무 나간듯”…고용·물가 지표에도 '긴축 오버슈팅' 우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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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물가와 정면승부를 펼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수퍼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금리를 끌어올리는 ‘오버 슈팅(과도한 급등)’으로 경기 침체의 폭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Fed가 너무 나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플레 파이터’로 링에 오른 Fed가 긴축의 글러브를 쉽게 벗지는 못할 분위기다. 각종 경제 지표가 여전히 긴축을 부르고 있어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FP]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FP]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3.5%로, 비농업부문 일자리는 26만3000개 늘었다. 모두 시장의 예상치(실업률 3.7%, 일자리 25만5000개 증가)를 웃도는 수치다. Fed가 돈 줄을 더 죌 수 있는 여지와 실탄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Fed의 변심을 기대하는 시장의 반응은 신경질적이다. 뉴욕 증시는 급락하고, 미 국채 금리는 일제히 뛰었다.

물가도 Fed의 마음을 돌리기엔 갈 길이 멀 것으로 예상된다. 13일(현지시간)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약간 둔화하겠지만,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뺀 근원 CPI 상승률은 더 높아질 전망이라서다. 지표상으로 Fed의 긴축 행보를 막을 건 없는 셈이다.

이른바 ‘Fed 피벗(pivotㆍ입장선회)’의 가능성 옅어지는 상황에서, Fed의 오버슈팅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Fed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까지 금리를 올려 필요 이상의 경기 침체와 고통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Fed는 지난 6월과 7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세 번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자이언트 스텝)씩 인상했다. 올해 들어 9개월간 기준금리는 3.0%포인트 뛰었다. 폴 볼커 전 의장이 있던 1980년대 이후 가장 가파른 속도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게다가 지난달 FOMC에서 발표한 점도표 등에 비춰볼 때 Fed가 올해말까지 최대 1.25%포인트의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말까지 남은 FOMC가 두 번임을 감안하면 Fed가 최소 한 번은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경제학자와 전문가들은 긴축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다만 감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WSJ에 “Fed가 이미 상당한 규모의 긴축을 했고, 이로 인해 심각한 경기 침체가 빚어질 수 있다”며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 침체와 같은 고통이 불가피하다는 파월의 판단은 옳지만 필요 이상의 고통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맨큐 교수는 이어 “나라면 브레이크에서 서서히 발을 떼겠다”며 “특정 FOMC에서 0.5%포인트와 0.75%포인트를 놓고 인상 폭을 논의한다면 0.75%포인트 대신 0.5%포인트를 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도널드 콘 전 Fed 부의장도 “Fed가 조만간 감속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지만, 속도는 낮춰가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긴축의 속도 조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노동시장 과열로 인한 임금 상승이 견인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 교란에 따른 것이라서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잡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가 오름세를 부추긴 주택가격 하락 조짐이 엿보이는 것도 Fed의 감속을 주문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럼에도 Fed가 긴축의 키를 쉽게 돌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 기조를 쉽게 전환했다 물가와 경기 모두 잡지 못했던 1970년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물가를 제대로 잡을 때까지 고통스럽더라도 긴축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다.

다이앤 스윙크 KPMG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 관계자들이 1970년대를 공부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들이는 만큼 그때의 실수를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당시와 다른) 완전히 새로운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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