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문지방을 넘어라” 나는 대한민국 특수부 검사다 <특수부 사람들-1>

  • 카드 발행 일시2022.10.11

윤석열은 타고난 특수부 검사였습니다. 사람을 다룰 때 위압감을 주면서도 듣고 싶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했지요. 초임 특수부 검사답지 않게 과감한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내일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결재하면 이튿날 새벽 압수수색에 들어가는 식이었으니까요. 특수부 검사로서 장점이 결국 그를 대통령의 길로 이끌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초임 특수부 검사 시절 선배인 이재원(64·사법연수원 14기) 전 법제처장의 회고다. 윤 대통령은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 1994년 늦깎이로 검찰에 입문했다. 대구·강릉을 돌던 그가 처음 특수수사에 뛰어든 건 1999년, 검사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발령받으면서다. 윤 검사는 김대중 정부 당시 박희원 경찰청 정보국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맡았다. 호남 출신 박 국장은 모든 경찰 정보를 주무르는 실세였다. 경찰 수사권 독립과 맞물려 시기도 민감했다. 당시 경찰청장은 “후임 정보국장을 임명하지 않겠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윤 검사는 사방에서 들어온 외압을 물리치고 박 치안감을 소환조사한 지 하루 만에 자백을 받아냈다. 윤 검사가 얼마나 꼼꼼하게 증거를 수집하고 심문했는지, 박 치안감 스스로 구속영장 실질심사조차 포기할 정도였다. 결국 경찰청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경찰 실세를 구속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특수통’ 검사 윤석열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