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北, '쌍십절' 전날 심야 도발…교란술 일환? 현무 낙탄 비웃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심야 시간대를 골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쐈다. 시간과 장소를 달리 하며 자유자재로 도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과시하는 한편 최근 한국 군의 심야 미사일 낙탄 사고와의 '대비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9일 오전 1시 48분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9일 오전 1시 48분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는 모습. 연합뉴스.

심야 SRBM은 올해 처음

9일 북한은 노동당 창건 기념일(10월 10일ㆍ쌍십절)을 하루 앞두고 오전 1시 48분부터 10여분 간격으로 SRBM 두 발을 쐈다. 올해 들어 29번째 탄도미사일 발사인데 야심한 시간에 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와 말 폭탄을 주고 받던 지난 2017년 7월 28일(오후 11시 41분)과 같은 해 11월 29일(오전 3시 17분) 두 차례에 걸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심야 시간대에 쏜 적 있다. 당시에는 북한이 워싱턴의 아침이나 낮 시간대를 노려 장거리 도발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SRBM의 발사 장소와 시간 다변화하던 북한이 이번에 심야 시간까지 도발을 감행하면서 교란술을 이어간다는 지적이다. 타격 목표별로 '맞춤형' 발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한편 한ㆍ미의 대응 태세를 시험하는 성격이다. 북한은 지난 6일 군용기 12대를 띄워 시위성 편대비행을 하는 등 최근 들어 이례적인 형태의 도발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한밤 중 미사일 도발은 다양한 미사일 공격 시나리오 훈련의 일환"이라며 "북한은 한ㆍ미에 대한 불만을 지속적인 신형 단거리,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표출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9일 새벽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지하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 대통령실.

북한이 9일 새벽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지하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 대통령실.

현무 낙탄 사고 고려?

이날 북한의 심야 도발이 지난 4일 오후 11시 발생한 현무-2 미사일 낙탄 사고를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한ㆍ미는 같은 날 오전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응해 동해상으로 연합 지대지 미사일 사격을 실시했는데, 현무 한 발은 비정상 비행 후 민간에서 700m 떨어진 군부대 내 골프장에 떨어졌다. 이후 이튿날인 5일 새벽 1시 에이태큼스(ATACMS) 4발 발사는 성공했다.

이에 한밤 중 한ㆍ미가 발사에 성공한 미사일에 대해선 경고의 의미를, 실패한 미사일을 겨냥해선 상대적인 우월성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우리 측이 지난 5일 새벽 쏜 미사일에 맞대응하는 한편 지난 4일 밤늦은 시간 현무-2 발사에 실패한 것과 비교해 자신들은 '심야 발사'에 성공했다는 우월성을 선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4일 오후 11시 현무-2 미사일 낙탄 사고가 발생해 불길과 함께 폭발음이 일었다. 독자 제공. 연합뉴스.

4일 오후 11시 현무-2 미사일 낙탄 사고가 발생해 불길과 함께 폭발음이 일었다. 독자 제공. 연합뉴스.

레이건호 훈련 내내 도발

한편 북한은 최근 도발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한ㆍ미, 한ㆍ미ㆍ일 연합훈련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꾸준히 내고 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8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호를 겨냥해 "미국이 불과 며칠만에 핵항공모함 타격집단을 조선반도 수역에 재진입시켰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지역 정세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은 대단히 크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말 한ㆍ미ㆍ일 연합해상훈련에 투입됐던 로널드 레이건 호는 지난 4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 이튿날 뱃머리를 돌려 동해로 돌아왔다.

북한은 앞서 6일 외무성 공보문을 통해서도 "미국이 조선반도 수역에 항공모함타격집단을 다시 끌어들여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의 정세안정에 엄중한 위협을 조성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로널드 레이건 호가 부산에 입항한 후 보름동안(지난달 25일~이달 9일) 7차례에 걸쳐 '소나기 도발'을 본격화했는데 이번에도 훈련 종료 후 레이건 호의 복귀 시점에 맞춰 심야 도발을 감행했다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로널드 레이건 호의 전개 시작부터 최종 복귀 때까지의 기간 내내 연합훈련의 성격과 장소에 맞춰 맞춤형 도발을 했다"며 "미국 항공모함이나 전략자산 전개 시 즉각적 대응을 가급적 피했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77주년(쌍십절)을 맞아 대남, 대미 메시지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정주년(5년ㆍ10년 단위의 해)이었던 2020년 쌍십절에는 열병식을 열었지만 올해는 별다른 준비 동향이 포착되지 않았다. 지난해 쌍십절처럼 대규모 국방발전전람회를 열거나 김 위원장이 직접 연설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