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보다 힘든 사람들도 버텨” 매일 눈뜨는 내일은 공포였다

  • 카드 발행 일시2022.10.11

지난 7월 1970년대생 남매가 세상을 뜬 현장에 다녀왔다. 남동생은 40대가 되어 갑자기 희귀병 진단을 받았다. 누나 혼자 동생 병간호를 하며 생활을 책임지는 게 여의치 않았다. 17년을 함께 살았던 반지하 방 월세가 밀리기 시작했다. 집주인은 남매가 그간 성실히 세를 내온 걸 익히 알고 있었기에 세가 밀려도 믿고 기다렸다. 코로나19로 어수선한 데다 남동생이 아프다는 소식도 들었기에 독촉하지 않았다.

그렇게 수개월이 흘렀다. 남매 집 옆에 세 들어 사는 이웃이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다. 그들의 죽음은 그렇게 알려졌다.

집안은 새까만 곰팡이로 가득했고, 바닥은 누수로 장판을 밟을 때마다 자박자박 물소리가 났다. 나이가 젊어서, 도움을 줄 수 없는 병이라는 이유로 지자체에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도움을 청할 일가친척 하나 없었고, 남매가 어릴 때 이혼해 집을 나간 엄마는 이미 새 삶을 살고 있어 시신을 인도 받기조차 거부했다고 들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우리는 이들이 겪은 과거를 모른다. 누구도 가해자로 지목할 수 없다.

마음에 병이 든 사람들은 점점 더 집안으로 숨어든다. 스스로 사회와 단절되길 원하고 소식을 끊는다. 이 남매가 딱 그랬다. 1인 가구도 아니었다. 철없는 젊은이도, 삶을 놓아버린 늙은이도 아니었다. 나이는 성숙한 50대였다. 생각해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젊다고 안 아픈가, 젊다고 안 힘든가. 어쩌면 둘이라서 더 힘들었을 수 있겠다.

불을 끄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 같은 방안에서 매일 반복되는 내일은 오히려 공포였을 것이다. 남동생 병은 점점 더 악화하고, 누나는 그런 동생을 두고 나가서 일할 수도 없었다. 월세만 밀린 게 아니다. 단수·단전…. 뭘 끊어버리겠다는 독촉 예고장은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이런 그들에게 어찌 아침이 반가울 수 있을까. 아니, 어떻게 더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게 그들은 눈을 뜨지 않는 것을 선택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