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구박하던 꼰대 부장님…싱글대디 찜찜하게 한 역배려

  • 카드 발행 일시2022.10.11

“야, 애들 금방 커! 2~3년만 눈 딱 감고 동료들 도움받으면서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애 혼자 집에 있을 수 있는 나이가 될 테니 너무 걱정 마. 부탁 좀 하면 어때? 같은 팀인데!”

아이가 네 살이 되던 해인 2018년, 이혼으로 다소 갑작스럽게 싱글대디가 된 저에게 옆 파트 A 부장님이 먼저 다가와 어깨를 툭 치며 힘내라며 건넨 말입니다. 비록 책상 위에 『90년생이 온다』를 올려두긴 했지만 평소 “먼저 퇴근하겠다”는 부서원들에게는 “오늘 일찍 들어가니까 내일은 일찍 나올 거지?”라고 되물어 90년생 아닌 다른 사람들까지 벙찌게 했던 바로 그 A 부장님이요. 이 A 부장님으로 말할 거 같으면, 일주일에 서너 번씩은 “자, 우리 오늘 벙개 하자! 벙개!”를 외치는 분입니다.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면 후배 의자를 붙잡고 서서 한참 동안 압박의 모양새로 모니터를 응시하던 전형적인 꼰대이고요. 그런 분이 이런 응원을 해주시다니! 책상이 맞닿아 있는 바로 옆 파트이긴 하지만 이제껏 그분의 치솟는 꼰대력 탓에 사무실에선 가급적 사적인 대화를 피해 왔던 게 다 죄송스러워질 정도였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절박한 상황이 내 사무실 책상을 넘어 팀원 모두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땐 실제로 절박했습니다. 이제 막 어눌하게나마 자기 의사를 말로 표현하기 시작한 녀석의 어린이집 등 하원 시간을 맞추는 걸 비롯해 챙겨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회사 생활에 집중하기란 대단히 힘들었습니다. ‘굳이 동료들에게 내 개인사를 밝혀야 할까’라는 고민을 할 필요도 없이 모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