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딸도 설렜던 나라…미국엔 왜 사회주의 정당 없나

  • 카드 발행 일시2022.10.11

없는 게 없다는 미국에도 간혹 없는 게 있다. 번듯한 사회주의 정당이나 노동당이 안 보인다. 사회주의 간판 내건 곳이 있긴 하지만, 존재감 있는 정당은 아니다. 세계 최고의 산업화를 이룬 미국에 사회주의 정당이 없다니. 이게 말이 되냐, 하며 학자들이 원인 규명에 나섰다. 정치사회학자 시모어 마틴 립셋(1922~2006)은 이 현상을 ‘미국 예외주의’라고 했다.

미국 노동자, 노조가 산업화 초기부터 예외적으로 맥을 못 썼던 건 아니다. 노동당 창당은 영국(1900)보다 외려 빨랐다. 1876년 미국 최초의 좌파 정당인 사회주의노동당(SLP)이 결성됐다. 1886년엔 지금의 노동 총연맹산업별 조합회의(AFL-CIO)의 전신인 AFL이 조직된 데 이어 연합노동당(United Labor Party)이 창당했다.

바로 그 해 카를 마르크스의 막내딸 엘리노어가 미국을 다녀갔다. 런던에 돌아가 동료들에게 글을 썼다. “머잖아 대서양 건너 유럽도 미국 노동자들의 모범을 따를 겁니다. 영국에서도 노동당이 결성될 겁니다.” 좌파 신문 레이놀즈 뉴스페이퍼도 미국을 본받아 하루빨리 노동당을 세워야 한다고 노조에 촉구했다. 19세기 말 노조 중심의 미국 사회주의의 기세는 영국 좌파의 부러움을 살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