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될 뻔한 종묘…101m 정전에 사람 셋 있는 이유

  • 카드 발행 일시2022.10.11

종묘는 조선 왕실 제사 공간이다. 역대 왕과 왕비 신주가 모여 있다. 정전에는 조선 519년을 이어간 왕 중 공덕이 높은 19명과 왕비 30명을 모셨다. 이 가운데는 실제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죽어 왕 이름을 받은 한 명이 있다. 15번째 태실에 있는 문조(효명세자)다. 영녕전에는 나머지 6명의 왕과 왕비, 이성계의 선대 등 34위를 모셨다. 27명의 왕 중 둘은 어디에도 없는데, 학정으로 축출당한 연산군과 유배지에서 죽은 광해군이다.

종묘에 들어서면 대개 발걸음이 느려지며 말수가 차츰 줄어든다. 큰 소리로 떠들면 눈치가 보이고, 슬리퍼나 손에 든 음료수 잔도 부담스럽다. 묘한 엄숙함이 흐르는 분위기 때문이다. 설계자의 의도가 보기 좋게 먹힌 셈이다. 별생각 없이 들어갔다가도 생각을 하며 나오게 되는 구조다. 그 뒤에는 다음과 같은 장치들이 숨어 있다.

◦ 외대문(정문)을 들어서면 돌을 깔아 만든 세 가닥의 길이 봉긋하게 나 있다. 가운데 길이 양쪽보다 약간 높다. 종묘의 주인인 영혼만이 다닐 수 있는 길이다. 오른쪽 길은 왕, 왼쪽 길은 세자용이다. 함부로 넘나들다가는 누군가에게 혼날 것 같다. 물론 조선 때 얘기로 이제는 누구나 스스럼없이 밟고 다닌다.

◦ 몇 발짝 걷다 보면 여기가 도심인가 싶을 정도로 조용해진다. 장대한 거목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숲이 온갖 소음을 차단하는 덕분이다. 18만5000㎡(5만6000평)쯤 되니 잠실야구장의 7배 넓이. 건물이 들어선 곳을 빼면 모두가 숲이다.

◦ 정전은 규모로 관객을 압도한다. 건물 기초인 월대는 가로 109m, 세로 69m다. 정전은 좌우 101m로 한국 목조건축물 중 가장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