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고독사로 가족 떠났는데…남겨진 생명도 죽이란 그들

  • 카드 발행 일시2022.10.11

쌓여 있는 우편물, 먹다 남은 음식물, 켜져 있는 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현장은 이렇게 시간이 멈춰버린 곳이다. 그곳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찌는 듯한 더위에 옷이 금방 축축해지는 2022년 8월의 어느 날이었다. 이런 날이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장 상황은 심각하다.

한껏 결연한 각오를 한 채 양손 가득 장비 박스를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 복도를 걸어갔다. 가족으로부터 전달받은 주소의 호수와 가까워지니 이 일을 시작하고 십수 년이 지나도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그러나 낯설지도 않은 냄새가 맡아졌다. 홀로 죽어 한참 뒤에야 시신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어떻게 바로 옆집에 살면서 몇 주가 지나도 사람 죽은 걸 모를 수가 있어요?”라며 타박하는 댓글을 단다. 하지만 아니다. 모를 수 있다. 모르는 냄새니까.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산소조차 열기가 돼 사라진 것처럼 숨이 턱 막힌다. 문을 열고 소독을 시작한다.

“아이고, 깜짝이야. 누구야 너? ”

어떤 사람이 살았는지도 모르면서, 누가 거기 살고 있다 해도 상대가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나도 모르게 내뱉는다. 그냥 습관이다. 한때 생명이 있는 사람이 살았던 이 공간에 이젠 생명 붙은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이 집주인이 들을까, 아니 들었으면 좋겠다 싶어 이렇게 묻는다. 때론 담담하려고 애쓰느라 나 자신한테 중얼거리는 말이기도 하다.

안방 청소를 마치고 작은 방에 들어가 소독을 하던 와중에 뭔가 움직이는 느낌이 난다. 뭐지? 착각인가? 자세히 돌아보니 피아노 옆에 하얀 것이 고개를 조금 내밀고는 내가 움직일 때마다 한껏 움찔댄다. 덜덜 떨어대는 것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나를 쳐다본 것은 작고 하얀 강아지였다. 주인이 죽고 수일 이상 돌봄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주인과 살 때부터 그러했는지 모르겠으나 꼬질꼬질한 몰골이다. 녀석은 나만큼이나 나를 보고 놀랐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