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엔 새벽에 오지 않으면 각 학교에서 온 학생들이 많아 입장할 때 줄을 서야 했어요. 그러다 열람실 자리를 못 잡으면 아래 용산도서관으로 가야 했죠. 그러면 어찌나 억울하고 속상하던지 다른 학교에서 공부하는 기분이 들곤 했죠"
남산도서관에서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보냈던 자칭 '386세대' 한 시민이 회상한 그 시절 이야기입니다.
서울에서 이곳저곳으로 이사 다니고 이름도 바꿔가며 시민과 함께 100년을 지내온 남산도서관. 그 속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남산도서관 100년사를 기념해 사진으로 되돌아봤습니다.
서울 최초의 공립도서관인 남산도서관, 일제강점기 시대인 1922년 10월 5일 명동에서 '경성부립도서관' 간판을 달고 처음 개관했습니다. 일제의 식민지 문화 통치 일환으로 설립됐고 옛 한성병원 건물을 고쳐 열람석 60석 규모의 작은 도서관이었습니다. 광복 이후 1946년 '서울시립 남대문도서관'으로, 1948년에는 서울시가 서울특별시로 승격되면서 '서울특별시남대문도서관'으로 이름이 바뀐 이후 1965년에 남산으로 터를 옮기면서 '서울특별시립남산도서관'으로 개칭됐습니다.
현재의 남산도서관 건물은 장서 49만여권, 1만6000여점의 비도서자료, 800여종 연속 간행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특히 서울시 지정 유형문화재 3종 3책과 등록문화재 30종 227책 등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올해 100주년을 맞이해 남산도서관은 새 단장에 나섰다. 신문과 잡지를 보고 컴퓨터를 하던 공간이었던 2층은 카페처럼 바꾸고 ‘디지털 라운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널찍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남산의 풍경은 덤이다. 노트북 대여, DVD 시청, VR 기기로 K팝을 들을 수 있는 공간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귀중자료 수장고인 목멱관도 선보였다. 목멱관엔 1945년 이전 발간된 고문헌, 해방전일서, 대한제국기 잡지, 일제강점기 잡지 등 약 5만5000여 권의 책이 보관돼 있다. 통유리로 된 문이 있어 수장고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책 읽고, 공부하고, 디지털 체험하고, 편히 쉬어갈 수도 있는, 든든한 버팀목 같은 남산도서관.
한 시민의 소망인 "그대로 남아서 우리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기를..."과 같은 한 시민의 소망처럼,
앞으로도 오래도록 함께하며 어떤 이야기를 담아갈지,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