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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오세요"...이 문자가 슬퍼졌다는 요즘 취준생, 무슨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에서 취업준 중인 조모(28)씨는 지난달 “서류합격을 했으니 면접에 와달라”는 문자를 받고도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서울에 있는 기업이라 비행기 값부터 걱정되서다. 조씨는 면접 시즌에 맞춰 산 정장과 구두 값과 교통비, 식비 등으로 이미 100만원 넘게 지출했다. 조씨는 “기차나 비행기로 서울에 가야하다 보니 왕복 교통비만 6~10만원 정도 든다”며 “면접비를 주는 곳도 있지만, 안 주는 곳이 대부분이라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돈을 쓰고난 뒤에 받는 ‘불합격’ 통지가 주는 좌절감은 더 크다”고 덧붙였다

 가을 채용 시즌 여느때보다 ‘좁은 문’에 고통받는 취업준비생들이 고물가 더 높아진 ‘면접 비용’ 부담에 더 움츠러들고 있다. 이들은 “이미 각종 학원비나 응시료 등에 돈을 쏟아붓는상황에서 면접을 보는데 드는 비용은 결코 작지않은 부담”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22일 대구 북구 영진전문대 백호체육관에서 열린 '2022 영진 취업박람회'를 찾은 한 취업준비생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2일 대구 북구 영진전문대 백호체육관에서 열린 '2022 영진 취업박람회'를 찾은 한 취업준비생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교통비 부담에 면접 포기하기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면접 비용에 가장 민감한 건 비수도권 지역에서 수도권 기업의 취업을 목표로 하는 취업준비생들이다. 광주의 취업준비생 최모(27)씨는 “서울에 있는 중소기업과 성남시에 있는 정보기술(IT) 기업의 서류에 합격했지만, 면접에 가지 않은 적이 있다”며 “오가는 교통비만 해도 만만치가 않는 데다, 면접비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꼭 가야겠다’ 싶은 기업인지 되묻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합격 가능성을 높이고 싶은 취업준비생을 유혹하는 면접 강의(통상 1회 6~10만원)까지 듣는다면 면접 부대 비용은 더 늘어난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정모(27)씨는 “블라인드 면접을 준비하는 공기업 특성상 면접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조금이라도 차별된 점을 보여주고 싶어서 면접 컨설팅을 받았다”며 “2회 진행에 25만원을 냈는데, 비싸지만 합격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취업플랫폼 캐치가 지난 7월 구직자 대상으로 월평균 취업준비 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1521명) 중 ‘10만원 이상 30만원 미만’ 사용했다는 비율이 29%였다. 100만원 이상 사용했다는 비율도 5%나 됐다.

 통계청의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따르면 지난해 같은달 대비 외식물가는 9% 올랐다. 취준생들의 면접 부대 비용도 크게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이들이 애타게 바라는 대졸 초임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기준 2018년 3337만 8000원, 2019년 3281만 8000원, 2020년 3424만원으로 연 1~2%의 상승률에 그치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자체 “면접비 대신 준다”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은 최근에야 취업준비생들의 아우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는 만 18세~39세 경기도민이 면접을 볼 경우 1회 5만원, 연 최대 30만원의 면접수당을 지역화폐로 지원한다. 면접확인서나 대체서약서를 내면 된다. 경기도 고양시의 취업준비생 최모(25)씨는 “대기업은 면접비를 주는 곳이 많은데, 중소기업은 거의 안 줘 면접수당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기업에 면접비 제공을 강제하는 법안도 나와있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채용절차법 개정안’에는 구인자가 면접에 응시한 구직자들에게 면접 응시에 든 소정의 비용 중 일부를 지급도록 하는 내용이다.

 구인자의 채용 과정은 구인자와 구직자 모두를 위한 것인 만큼 양측이 나눠 부담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민간기업 전체에 면접비 지급을 강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남시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57)씨는 “큰 회사라면 모르겠지만, 작은 회사는 재정이 부담된다”며 “면접비를 강제하게 되면 면접자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면접에 가기 위해 드는 교통비 등 비용도 또 하나의 격차를 낳기에 여유 없는 청년들에게는 기회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구직자들에게 면접 참가 비용 부담을 줄여주도록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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