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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방·호갱노노 금지법"...'타다 2탄' 이말 나온 법안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약 50만명에 달하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자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의무 가입시켜 단일한 지도 감독 체계 아래 놓이게 하는 법안을 여야가 공동 발의하자, 직방·호갱노노 등 부동산을 기반으로 하는 프롭테크(부동산기술·Property Technology)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반값 이하 수수료’ 등을 내 건 프롭테크 업체의 영업 행위 자체가 ‘시장교란 행위’로 단속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택시업계 압력에 밀려 여야가 공동으로 추진했던 ‘타다 금지법’의 제2탄이란 비판이 나온다.

지난 4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임의설립단체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업계 내 단일한 법정 단체로 격상하는 공인중개사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업공인중개사의 공인중개사협회 회원 가입을 의무화하고, 협회에는 ▶회원 윤리 의무를 위반할 시 페널티 처분 권한 ▶부동산거래질서 교란 행위 단속 권한 등을 부여한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총 24인의 여야 의원이 공동발의한 이 개정안엔 국토교통위원만 10명이 발의에 동참해 정기국회 내 처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진성준 민주당 의원,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유사 법안과 병합 심사될 예정이다. 특히 제1당인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이자 친명계 핵심인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을 두고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반색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동안 부동산 플랫폼 업체의 무분별한 중개 시장 진출이 중개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니, 이에 맞서 협회 감독 권한을 크게 강화해야 한단 항의가 여야를 상대로 꾸준히 있었다”며 “협회는 기존 회원만 10만명에 달하고, 지회도 갖춰 지역구 내 입김이 상당한 편”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8일 오전 서울 성동구 패스트파이브 서울숲점에서 열린 스타트업 정책 토크에 참석해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프롭테크산업협의회장인 안성우 직방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8일 오전 서울 성동구 패스트파이브 서울숲점에서 열린 스타트업 정책 토크에 참석해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프롭테크산업협의회장인 안성우 직방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프롭테크 업계는 초비상이 걸렸다. 협회가 시장 거래 행위 등에 대한 ‘법적 단속’ 권한을 갖게 되면 본격적으로 프롭테크 업계와 전쟁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협회는 기존 요율보다 훨씬 낮은 중개수수료(매도자 무료, 매수자 50%)를 내세운 다윈중개 등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수차례 검찰에 고발해왔다. 그동안 검찰은 중개플랫폼 영업에 문제가 없다고 봤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직방 등의 플랫폼 기업에선 부동산 매물을 홍보하면서 공인중개사의 광고료를 받던 방식의 거래도 중단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소속 변호사들의 ‘로톡’ 등 온라인 법률 플랫폼 가입을 금지한 것처럼, 공인중개사협회 역시 소속 회원이 직방 등의 플랫폼과 거래하는 걸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롭테크 관계자는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프롭테크 업계는 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욱 타다 운영사 VCNC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타다 불법 논란' 관련 여객자동차운수사업위반 선고공판에서 무죄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전 쏘카 대표, 박재욱 쏘카 및 브이씨앤씨(VCNC) 대표, 쏘카와 VCNC 법인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뉴스1

박재욱 타다 운영사 VCNC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타다 불법 논란' 관련 여객자동차운수사업위반 선고공판에서 무죄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전 쏘카 대표, 박재욱 쏘카 및 브이씨앤씨(VCNC) 대표, 쏘카와 VCNC 법인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뉴스1

스타트업 업계가 이 법안을 “타다 금지법 2탄”이라고 부르는 건 이같은 이유에서다. 앞서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는 서비스 1년 만에 170만명의 회원을 끌어모으며 성행했지만, 2020년 3월 ‘타다 금지법’의 통과와 동시에 퇴출당했다. 21대 총선을 한 달 앞두고 택시기사들의 표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은 재석 의원 185명 중 169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중개 플랫폼 관계자는 “타다 사태 때 택시 4단체(법인택시·개인택시·한국노동조합총연맹·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가 80만명 수준이었는데, 공인중개사협회가 법정단체로 설립되면 50만명을 회원으로 두게 된다”며 “여야가 지역 표심을 의식해 타다 때처럼 굴복할까 걱정된다”고 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법안엔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해 5월 발의된 진성준 의원의 유사 법안에 대한 국토교통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공정위는 “개정안에 따라 특정 협회가 독점적 지위와 권한을 갖게 될 경우 구성 사업자들의 사업활동을 제한할 우려가 있고, 경쟁 제한적 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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