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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30.5억 달러 적자…한국 경제 기초체력 빨간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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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8호 01면

7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 터미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8월 경상수지가 30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8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건 세계 금융위기였던 2008년(-38억4500만 달러) 이후 처음이다. [연합뉴스]

7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 터미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8월 경상수지가 30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8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건 세계 금융위기였던 2008년(-38억4500만 달러) 이후 처음이다. [연합뉴스]

눈덩이처럼 불어난 무역적자에 8월 경상수지마저 30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이 8월 기준 경상수지 적자를 낸 건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8월(마이너스 38억4500만 달러)이 마지막이다. 한국 경제에 그만큼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의미다. 정부는 연간 기준으로는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30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에는 74억4000만 달러 흑자를 봤는데, 1년 사이 104억9000만 달러 감소했다. 적자 규모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던 2020년 4월(마이너스 40억2000만 달러) 이후 가장 큰 폭이고, 전년 대비 감소 폭으로는 관련 통계 작성 후 가장 컸다. 경상수지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배당 등 계절적 요인으로 종종 적자를 기록해왔다. 다만 4월 외의 경상수지 적자는 2012년 2월(마이너스 25억8400만 달러) 이후 처음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한국 경제에 탈이 났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경상수지가 무역 등을 통해 외국에서 벌어들인 돈과 외국에 지불한 돈의 차이인 만큼, 적자를 볼 경우 빚을 내 이를 메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원화가치 하락 압력이 커지고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원화가치는 지난달 28일 달러당 1439.9원까지 밀리는 등(환율 상승) 하락세에 불이 붙은 상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상수지 적자는 외화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며 “외화보유고가 감소하는 데다 원화가치 하락에도 무역수지 악화를 피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경상수지 적자는 추가적인 위험 요소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대외건전성의 기본 안전판은 경상수지인데 올해 상당한 흑자가 예상되나 흑자 기조가 지속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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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7일 국정감사에서 “올해 경상수지의 연간 전체 흑자는 통계적으로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7일 국정감사에서 “올해 경상수지의 연간 전체 흑자는 통계적으로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건 눈덩이처럼 불어난 무역적자 때문이다. 8월 무역적자 규모는 94억9000만 달러로 통계 작성 후 최대였다. 무역수지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상품수지도 8월에는 44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7월(마이너스 14억3000만 달러) 이후 두 달 연속 적자다. 적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역대 최대치 적자를 기록한 건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수출(572억8000만 달러)이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7.7%(41억 달러) 늘었지만, 수입(617억3000만 달러)은 21.2%(145억8000만 달러) 증가했다.

문제는 남은 4분기도 악재투성이라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중국은 코로나19 봉쇄 정책 여파 등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지난 5일 다음 달 일일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하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뛸 가능성도 커졌다.

원유 등 주요 수입 물품 가격은 올랐지만, 반도체 등 수출 품목의 가격은 내리며 한국의 교역조건(순상품교역조건지수)도 지난 8월 사상 최저를 기록하는 등 교역환경도 좋지 않다. 수출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통화가치도 떨어지며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증가 효과도 과거보다 부족한 상황이다. 여러모로 무역적자가 지속할 여건이 많은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줄었던 해외여행이 다시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다.  8월 서비스수지도 7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년 전 8억4000만 달러 흑자에서 확연한 적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위기 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구조적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화하고 이것이 위기의 단초가 되는 게 아닌지 많이 걱정하시는데, 아직 한국은행과 국제기구는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가 연간 300억 달러가 훨씬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경상수지 적자가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은도 이날 “8월 경상수지는 이례적으로 컸던 무역수지 적자의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9월 들어 무역적자(마이너스 37억7000만 달러)가 크게 축소됨에 따라 9월 경상수지는 흑자 전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이랑 kim.yirang@joins.com

그래픽=김이랑 kim.yirang@joins.com

하지만 시장에선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나타난 경상수지 적자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에는 글로벌 수요 둔화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해 경상수지가 올해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다 해도 경기 침체로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이 줄어들어 생기는 불황형 흑자인 만큼 내용상으로는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경상수지 체질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에 시동을 걸었다.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선 최근 경제 상황과 경상수지 동향이 집중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가 ‘안전판’ 구축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외환시장의 수급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와 같은 것을 비롯해서 이미 발표된 조치에 더해 안전판을 선제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자본시장 안정을 위해 10월 중 10조원 규모 증권시장안정펀드가 즉각 시행되도록 독려하고, 외국인 주식·채권 투자 활성화를 목표로 규제 개선에 힘쓸 뜻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는 경상수지 체질 개선을 위해 총 18건의 신규 대책을 내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마련,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상품 수출 활성화를 위해 총 6개 업종(조선·디스플레이·2차전지·바이오·제조서비스·섬유패션)별 경쟁력 강화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또 수출 중소기업 집중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친환경·헬스 등 글로벌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프리미엄 소비재 품목 수출을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수입품의 국내산 전환을 목표로 소재·부품·장비산업 정책 개편, 핵심 분야별 공급망 리스크 대응 방안 마련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무역수지 적자에 큰 영향을 주는 에너지 분야도 근본적 구조를 바꾸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세부과제를 연말에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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