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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중 반도체장비 수출 전면 통제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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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8호 12면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향해 다시 한번 칼을 뽑았다. 이르면 7일(현지시간) 중국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6일 보도했다. 이 조치에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기술·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사실상 전면 차단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단,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중국 소재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해선 별도로 심사해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신규 수출 통제는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 이하 로직 칩을 생산하는 중국 반도체 기업에 첨단 기술을 판매하려는 미국 기업이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허가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 사실상 금지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가 현실화하면 양츠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은 이번 조치에 대해 “과학기술 패권을 노린 것”이라며 “(미국이)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저해하고 억제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미국 정부가 전면적인 수출 규제에 나선 것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늦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은 ‘민군 융합’ 계획 아래 중국 기업이 인민해방군에 기술을 넘기고자 하고 있는데, 이를 늦추겠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5일(현지시간) 이번 조치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은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첫 엑사스케일 수퍼컴퓨터(1초에 100경회가량 연산할 수 있는 차세대 수퍼컴퓨터)를 출시했다”며 “이 수퍼컴퓨터를 구동하는 대부분의 프로세서는 중국 반도체기업인 톈진피티움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 등이 설계하지만, 아직 중국에서 제조할 수 없어 첨단 칩 생산 기술·장비가 중국에 들어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수출은 별도 심사를 거칠 예정이며, 이는 허가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 관계자는 “목표는 중국기업이 아닌 다른 업체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을 타깃으로 삼지 않았다고 해도 직·간접적 영향에서 자유롭긴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기업들 역시 미국산 장비를 들여오려면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점쳐진다. 로이터는 승인 절차 중 구체적인 조치 등을 놓고 규제 당국과 다툼을 벌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컨설팅기업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낸드 플래시 생산량의 25%를, D램 중 절반을 중국에서 만들고 있으며, 삼성은 낸드 플래시 38%를 중국에서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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