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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던 소년이 ‘빠꾸’ 없는 비판자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08호 21면

회계사 김경율의 ‘노빠꾸’ 인생

회계사 김경율의 ‘노빠꾸’ 인생

회계사 김경율의 ‘노빠꾸’ 인생
김경율 지음
트라이온

침묵 대신 폭로와 비판, 소신 발언으로 논란의 불구덩이에 스스로 뛰어든 그에게 ‘왜 그리도 열렬히 싸우냐’고 묻는다면 어떤 답을 내놓을까.

회계사이자 수많은 진보적 시민 단체에서 감사로 일했고, 쌍용자동차 해고 무효 소송,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공론화 등을 이끌었던 저자가 화살의 방향을 돌려 진보 진영의 민낯을 폭로하기까지, 그의 인생은 책 제목 같다. 앞만 보고 가는 ‘노빠꾸’다.

책은 수세식 변기의 물 내리는 법을 몰라 쩔쩔 맨 수줍고 두려움 많은 어린아이의 기억부터 소환한다. 그의 삶은 늘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광주의 빈촌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1980년 초등학생의 눈으로 광주항쟁을 목격하고, 대학입학 후엔 학생 운동과 노동 운동을 거쳤다. 소위 조국 사태가 터지고 2019년 9월 29일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짧은 글로 삶이 하루아침에 달라졌다는 이야기는 솔직하고 거침없다. 대단한 신념이나 결심 없이 ‘저절로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김경율. 이 책은 사상과 정치적 입장을 떠나 본능에 따라 가열차게 싸우고 있는 한 인간이 어떻게 견디고, 이겨내는지 묵묵히 지켜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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