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아 왕이 1억 내걸었다…셜록도 한 방 먹인 ‘그 여성’

  • 카드 발행 일시2022.10.15

홈즈 이야기에서 등장인물 중 여성은 극소수이다. 그 가운데 오페라 가수 아이린 애들러(Irene Adler)는 단연 돋보인다. 셜록의 의뢰인도 아니었고 오히려 홈즈가 그녀의 사진을 몰래 빼앗아 와야만 하는 껄끄러운 관계였음에도. 애들러는 특히 여성 홈즈 마니아들에게 상징으로 남아 있다.

홈즈의 ‘그 여인’, 아이린 애들러

“홈즈에게 그녀는 항상 ‘그 여인’이다.”

『셜록홈즈의 모험집』에서 첫 이야기 ‘보헤미아 왕국의 스캔들’의 첫 문장이다. 정관사 ‘더’(The)를 써서 유일한 여성, 셜록이 인정해주는 여장부임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홈즈는 도대체 왜 이처럼 여성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존경의 표정을 담아 항상 ‘그 여성분’으로 부를까? ‘경전’의 다른 글에서는 이런 예가 없다.

여성 셜록키언들이 운영 중인 베이커스트리트베이브스닷컴. 홈페이지 캡처

여성 셜록키언들이 운영 중인 베이커스트리트베이브스닷컴. 홈페이지 캡처

무엇보다도 그녀가 홈즈에게 한 방 먹였다. 당당하게 의뢰인인 보헤미아 왕국의 왕을 모시고 그녀의 집으로 사진을 회수하러 갔는데 이미 떠나고 없었다. 셜록의 행보를 다 읽고 있었기에 걱정하지 말라는 메모를 남기고 말이다.

쫀쫀한 보헤미아의 왕은 아이린과 남몰래 사귀었고 깊은 관계의 연인들이 그러듯 다정한 포즈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그런데 스웨덴 왕가와 결혼을 앞둔 그는 추문의 소재를 제거해달라며 사진 회수를 간청한다. 신부가 될 스칸디나비아 왕실의 공주가 그 어떤 조그만 의혹도 용인하지 않기에 그렇다. 홈즈는 내키지 않았지만, 거액의 수임료를 보고 응한다. 마스크를 쓰고 온 왕은 그에게 백지 수표를 내밀었고, 착수금으로 무려 1000파운드를 준다. 현재 돈으로 약 8만 2000여 파운드, 1억 3000만 원 정도다.

몇 번의 어려운 시도 끝에 사진이 숨겨진 장소를 알아내 아이린의 집을 찾아갔지만 허사였다. 오페라 가수는 혹시라도 모를 위험 때문에 보험용으로 사진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유럽 대륙으로 떠나며 사진을 불태우겠다고 메모에 남겼다. 아이린은 사진으로 전 남친을 위협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왕이 다섯 번이나 사진을 찾으려 별별 짓을 다 했다. 도둑을 시켜 옛 애인의 집을 뒤지기도 했고, 심지어 노상에서 공격하기도 했다. 그제야 왕은 “참으로 대단한 여인이라”며 “신분만 같았다면 훌륭한 왕비가 되었을 터인데”라고 뒤늦게 아쉬워한다. “이 여인은 전하가 범접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홈즈가 왕에게 일침을 가한다. 거금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수사하는 내내 찜찜했던 마음을 이 말 한마디로 털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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