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규원 검사가 수사를 받게 되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무리한 수사를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이 검사에 대한 수사를 무마한 혐의를 받는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조국 민원 묵살할 수 없어 안양지청장에 전화”
지난 2019년 6월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윤 전 검사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으로 기억했다. 조 전 장관은 “이 검사의 진상조사단 활동에 대해 검사들이 상당히 안 좋게 생각해 이 검사가 미운털이 박혀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라며 “안양지청에서 이 검사를 소환할지도 모른다고 한다”는 사실을 전했다.
조 전 장관은 이 검사가 조만간 유학을 떠나는 점까지 언급하며 “(수사팀이) 밉다는 이유, 미운털이 박혔다는 이유로 마구 불러서 유학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고 한다. 윤 전 검사장은 “그런 부분을 검찰에 잘 얘기해달라는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윤 전 검사장은 “당시 이 검사가 어떤 혐의로 안양지청에서 수사를 받는지는 모르고 있었다”면서도 “조 전 장관의 ‘민원’을 묵살할 수 없어 이현철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에게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전 청장(현 수원고검 검사)과는 사법연수원 동기인 데다 동갑이라 자신이 직접 전화했을 것 같다”고 했다.
검찰은 이 검사가 이광철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게 수사를 받게 된 사실을 알려 조 전 장관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윤 전 검사장의 부탁을 받은 이 전 청장이 수사를 종결했다는 것이다.
윤대진, “이규원 계속 수사해야 하느냐 말한 적 없어”
지난 2019년 6월 윤 전 검사장과 이 전 청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한 차례 더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양지청에서 출입국본부 직원들을 상대로 출국금지 과정에 대해 조사를 했을 때였다. 당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팀이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뺏고 집에도 못 가게 한다”고 알리자, 박 전 장관이 “경위를 파악하라”고 윤 전 검사장에게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박 전 장관은 “내가 김학의 출입국 조회를 지시했는데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거냐”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검찰은 윤 전 검사장이 이 같은 사실을 이 청장에게 전한 것을 계기로 안양지청의 수사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 같은 통화 과정에서 윤 전 검사장이 이 전 청장에게 “출국금지는 법무부와 대검, 서울동부지검 승인 아래 이뤄진 것인데 계속 수사해야 하느냐”는 취지로 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청장 역시 이런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진술했다.
하지만 윤 전 검사장은 이 대목에서는 입장을 달리했다. 조 전 장관의 부탁을 전할 때는 말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고, 승인 관련 얘기는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이 검사가 불법 출금 때문에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진상조사단 활동을 하다 꼬투리 잡힐 게 있나 정도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계속 수사해야 하느냐”라는 말을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 전 청장은 두 번째 통화에서도 윤 전 검사장이 이규원 검사 수사에 대해 얘기를 했다고 진술하는데, 윤 전 검사장은 이를 부인했다. 경위를 파악해보라는 장관 지시에 따른 조치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성윤 검사장의 변호인이 “(이 전 청장과 윤 전 검사장) 두 분 중 하나는 위증이라 걱정돼서 다시 여쭤본다”며 재차 확인했지만, 윤 전 검사장은 “걱정 안 하셔도 된다”며 입장을 명확히 했다.
다만 윤 전 검사장은 당시 대검 반부패부 관계자에게 연락해 출입국본부 직원들 수사 경위를 파악해 보고해달라고 지시한 기억이 난다고 했다.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 검사장 역시 안양지청에 연락해 수사를 무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이 검사장 측은 “출국금지 당일에도 이용구 전 법무실장과 조국 전 장관과 통화하는 등 (출국금지 사건에) 핵심적인 의사결정 역할을 한 것은 증인이지 않으냐”며 윤 전 검사장을 지목했지만, 윤 전 검사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답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 직권으로 출국금지를 하는 방안이 있었고, 자신은 긴급출금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