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교과서와 달랐습니다. 경제학 교과서는 분명 주식과 채권의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고 했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동반 하락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올해 글로벌 증시는 쭉 내려앉았는데요. 더 큰 문제는 경기가 나쁜데도 물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을 시작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린 결과, 채권 가격 역시 내려가고 있습니다.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 모두 하락한 지금, 자산시장 상황은 위기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위기엔 늘 기회가 있는 법. 이미 주식 투자 전문가들은 “주식이 저평가된 만큼 지금부터 사 모을 때”라고 조언하고 있는데요.
채권 역시 같은 논리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최근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삼성증권의 3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들은 20년 만기 장기국채를 9월 한 달 1000억원 넘게 사들였다고 하네요. 올해 1~8월에는 92억6000만원 수준에 불과했죠. 다양한 채권을 꾸러미로 분산 투자할 수 있는 채권형 ETF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올 8~9월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금액은 750억원을 넘었습니다. 지난해 전체 순매수 규모인 570억원을 크게 넘어선 수준입니다.
투자 기회가 왔다곤 하는데 채권 투자, 주식보다 매우 생소합니다. 주식처럼 MTS에서 거래는 되지만, 증권사별로 같은 회사 채권이더라도 조건들이 다 달라서 챙겨 보기가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채권을 가장 많이 사고파는 채권 펀드매니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KB자산운용의 정상우 채권 펀드매니저와 금정섭 ETF마케팅 본부장을 지난달 30일 만나고 왔습니다.

정상우(왼쪽) KB자산운용 채권운용팀장과 금정섭 ETF마케팅본부장이 9월 30일 여의도 KB자산운용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KB자산운용
- 초보적인 질문부터 해보면 왜 채권은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나요.
- 정상우: 채권의 가격은 미래에 내가 받을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건데요. 즉 만기 때 받는 돈(원금과 이자)은 정해져 있는데, ‘만기가 아닌 지금 이 돈을 받으려고 하면 얼마를 받아야 할까’라는 질문의 답입니다. 이것을 계산하는 수식은 만기 때까지 나에게 들어오는 돈을 금리로 나누게 되는데요. 금리가 오르면 분모의 숫자가 커지기 때문에 채권 가격은 내려가는 원리입니다.
- 금정섭: 좀 더 쉽게 예를 들어 드릴게요. 가격이 1만원이고, 금리가 5%인 채권을 샀어요. 그런데 시장 금리가 10%로 올랐다면 기존 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앉아서 손해를 보잖아요. 기존 채권의 매력은 떨어지게 되는 거고. 그래서 기존 5%짜리 채권은 시장에서 1만원보다 가격이 낮아야 거래가 성립하게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