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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 재판 대응에 1,000만 원 기부한 고양이 모래 회사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일 양리아 (주)스템프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회사에서 300km 이상 떨어진 경북 포항의 법원에 있었다. 써스테이너블리 유얼스 라는 연두색 고양이 모래 로고가 새겨진 흰색 옷을 직원들과 맞춰 입고, 방청석에 앉아 한 재판의 결과를 지켜봤다. 그날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제1형사부는 호미곶 한 폐양어장에서 길고양이 여러 마리를 포획해 죽인 학대범에게 징역 1년 4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양 대표는 이 사건의 법률 대응을 위해 동물권행동 카라에 1,000만 원을 기부했다. 그저 영리만을 추구하는 회사가 아니라, 고양이 모래를 만드는 회사로서 ‘언제나 생명을 살리는 길 위에 서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양 대표와 직원들은 재판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도 참석했다. 그는 “활동가 분들 말을 들어보니 이 정도 실형이 나오는 게 드문 일이라고 한다. 저희 기부가 도움이 됐길 바란다”며 “직원들과 함께 사건 판결을 지켜보기 위해서 왔다. 모래를 더 열심히 팔아서 기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2019년 8월 8일, 세계 고양이의 날에 (주)스템프를 창업했다. 그리고 단 3년만에 연 매출 50억을 달성했다. 네이버 기준으로 고양이 모래 판매 점유율 1위 회사다. 회사는 곡물(옥수수, 카사바)로 만든 친환경 고양이 모래인 ‘써유모래(써스테이너블리 유얼스·Sustainably yours)’를 비롯해 강아지 풉백(산책용 배변봉투)과 푸치패드(일회용 배변패드를 대신하여 300번 빨아쓰는 재사용 강아지 배변패드), 고양이 무농약 캣그라스(고양이용 풀) 등을 판매한다. 회사는 펫 비즈니스 중에서도 ‘친환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모래와 풉백 모두 생분해 제품이다.

광고비 ‘0원’ 회사, 광고 대신 동물단체에 기부

라이브방송에선 제품보다 동물권 이슈 언급


양 대표는 회사가 이렇게 단기간 급성장할 줄 몰랐다. 광고에 한 푼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기부’를 했다. 회사는 여러 동물 보호소에 번갈아 가면서 매달 100만 원 상당의 모래 후원을 하고, 때때로 지정 기부도 한다. 가장 최근에 진행했던 라이브 방송에선 판매 수익 10%를 쓸개즙 착취의 참상인 사육곰을 위해 후원했다. 지난 3.1절에는 ‘한반도에서 멸종된 동물’이 그려진 만세운동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했다.

주 고객층인 고양이 반려인들이 동물권 이슈에 관심이 많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른바 선한 영향력의 효과는 입소문을 통한 회사의 성장으로도 이어졌다. 광고에 돈을 쓰지 않아도 회사 제품과 가치, 방향성에 공감하는 고객들이 입소문을 내줬다. 양 대표 역시 고객들의 관심과 사랑에 부응해 지금의 회사 정체성을 이어가고 싶다.

“친환경 모래라는 점이 환경과 고양이 건강에 관심이 많은 ‘집사님들'(고양이 반려인) 수요를 충족시켰다고 생각해요. 특히 광고비 쓸 돈으로 기부를 하는 점도 고객들에게 와닿은 것 같아요. 반려인들이 다른 반려인에게 소개해주는 입소문으로 판매가 늘었어요.

보통 라이브 방송은 저렴한 제품 구입이 목적이라 대체로 방송을 끝까지 보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 방송에는 보통 3~4만 명이 참여해 120분간 끝까지 지켜봐주세요. 저희 제품이 어떻게 좋다는 이야기 보다 사육곰의 현실이 어떻고, 동물학대 사건이 있었고, 하는 동물권 이슈를 언급하고 있어요.  저희 고객님들이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이 많고 공감해 주시기에 라이브 방송도 끝까지 시청해주시는 것 같아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어요. 언제나 생명을 살리는 길 위에 서 있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저희 제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고객들이 ‘좋은 일’을 했다고 느끼게 하고 싶어요.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도록 힘이 되고 싶어요.”

회사 창립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 회사에선 길고양이 돌보고 집에선 파양묘, 구조묘 등 3마리 집사

“일 하는 거요? 일 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보람됩니다.”

양 대표 역시 5년 차 ‘집사’다. 회사엔 터를 잘 잡은 길고양이 5마리가 있다. 모두 중성화가 되어있고 회사 사람들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다. 각자 다른 집으로 입양 갔다가 다 커서 파양된 타미와 쏘니 자매들, 그리고 구조한 삼색무늬 샤샤까지 세 마리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직접 구조해 임시보호를 하다가 입양 보낸 길고양이도 10여 마리가 넘는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니 일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20살부터 12년을 키운 반려견이 있었는데, 심장병으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강아지를 키울 때는 길에서 유기견을 만날 일도 잘 없었기에, 다른 강아지에 관심이 지금 처럼 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고양이를 키우고 보니  내 고양이 말고, 길 위에 위태롭게 살아가는 수 많은 고양이가 있다는걸 알았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저희의 회사가 대기업은 아니지만, 하나의 브랜드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되고, 관심 있는 분야니까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빼빼로데이나, 발렌타인데이에 모래를 구매한 집사님들이 드실 간식이나 제품을 같이 보내드리는 이벤트를 하기도 해요. 친환경 관련 기준을 명확하게 정립해 나갈 수 있는 점도 좋아요. 돈을 쫒자면 팔 수 있는 제품이 너무나도 많지만, 회사 내에 명확한 기준이 있어 시간이 천천히 걸리더라도 친환경 제품만 엄선하여 판매하는 중이예요. 마지막으로 집사님들과 상담 전화나 DM을 많이 하는 편인데 고양이 자랑도 하며 공감대도 쌓이고, 언제나 저희에게 칭찬을 해주시기에 일에 힘듬을 잘 못느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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