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물 속 장어까지 잡아먹는다…한강 가마우지의 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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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도둑
날으는 돌연변이 펭귄인가, 텃새된 가마우지 가득하네.
헤엄도 고기보다 재빨라서, 몽조리 붙잡고야 마는구나.
뱀장어 쫓아가다 꾀부릴땐, 그물속 헤집고서 훔쳐먹고,
하늘땅 물속마저 주름잡네.

경기도 고양시 행주어촌계 소속 어부시인 심화식(67)씨는 ‘민물고기 킬러’로 불리는 ‘민물가마우지’로부터 어족자원을 잃어가는 안타까운 마음을 최근 ‘물고기 도둑’이란 제목의 시를 지어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7월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아래 한강 교각 상판과 수면에 밀집해 있는 수백마리의 민물가마우지. 사진 행주어촌계

지난 7월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아래 한강 교각 상판과 수면에 밀집해 있는 수백마리의 민물가마우지. 사진 행주어촌계

고양시 한강하구에서 33년째 조업 중인 어부 임정욱(67·전 행주어촌계장)씨는 요즘 민물가마우지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물가에 서식하는 조류인 민물가마우지가 떼 지어 한강 조업구역에 수시로 몰려들어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한강하구 행주대교 일대 민물가마우지 떼 지어 몰려들어  

임씨는 7일 “수백 마리의 가마우지가 행주대교 교각 아래 콘크리트 상판 위에 몰려들어 온종일 진을 치면서 귀한 어종인 뱀장어, 쏘가리, 숭어 등을 대량으로 잡아먹고 있는 실정”이라며 낙담했다. 민물가마우지는 어민들의 가장 귀한 소득원인 뱀장어를 특히 즐겨 잡아먹는다고 한다.

지난 7월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아래 한강 교각 상판과 수면에 밀집해 있는 수백 마리의 민물가마우지. 사진 행주어촌계

지난 7월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아래 한강 교각 상판과 수면에 밀집해 있는 수백 마리의 민물가마우지. 사진 행주어촌계

임씨는 “물속으로 잠수해 닥치는 대로 큰물고기를 잡는 민물가마우지가 때로는 그물 안까지 쳐들어와 잡아놓은 뱀장어를 마구 잡아먹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행주어촌계 어민들은 “20년 전까지만 해도 겨울 철새였던 민물가마우지의 개체 수가 급증하고 연중 서식하는 텃새로 변하면서 수중 생태계를 교란하고, 어민들의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민물고기 습격자’로 불리는 조류인 민물가마우지가 한강하구에 넘쳐나고 있어 어민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심화식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장은 “뱀장어의 천적인 민물가마우지가 한강하구 일대에서 집단으로 번식하고 한강에서 먹이활동을 벌이면서 어부들의 정상 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2월 서울 여의도동 밤섬 하늘을 날고 있는 민물가마우지. 중앙포토

지난 2008년 2월 서울 여의도동 밤섬 하늘을 날고 있는 민물가마우지. 중앙포토

겨울 철새인 가마우지는 이전엔 시베리아의 추위를 피하기 위해 겨울에 한반도를 찾았다. 이후 이 중 일부가 돌아가지 않고 아예 터를 잡았다. 그러다 2003년 경기도 김포에서 200여 마리의 집단번식이 처음 확인된 이후 한강 상류와 내륙 습지 지역으로 집단 번식지를 넓혀가고 있다. 해마다 급증해 지난 1월엔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이 실시한 ‘조류 동시 총조사’ 결과 3만 2196마리가 월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민들 “시급히 유해조류 지정해 개체 수 조절해야”  

민물가마우지는 몸길이 77∼100㎝, 몸무게 2.6∼3.7㎏의 중대형 물새류다. 식성이 좋은 민물가마우지는 하루 평균 600g 정도의 물고기 등을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지난 7월 13일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민물가마우지 관리지침’을 배포했다. 박소영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이번 관리지침은 민물가마우지 집단번식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지역에 우선 비살상적인 개체 수 조절 방법을 적용하여 그 효과를 살피는 동시에 실제 발생하는 피해 사례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지침 적용 효과와 피해 상황을 지속해서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포획 등 적극적인 구제 방법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주어촌계 어민들은 “한강하구의 경우 어족자원 감소 피해는 물론 어민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정부 당국은 당장 민물가마우지를 유해조류로 지정해 포획 등의 방법으로 신속하게 개체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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