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규의 머니 스토리
한 인물이 여러 가지로 소환된다.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다. 1980년대 초 이른바 ‘볼커 쇼크’를 통해 스태그플레이션을 제거한 주인공이다.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때마다 이코노미스트뿐 아니라 중앙은행가도 그의 이름을 들먹인다. 인플레 파이터로서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볼커만한 상징이 없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2022년 9월 초 세계 중앙은행가연찬회(잭슨홀미팅)에서 볼커의 말을 빌어 “이 일(인플레이션 파이팅)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We must keep at it until the job is done)”고 말한 게 대표적인 예다.

1980년 폴 볼커가 미국 의회에 출석해 증언하는 모습. 사진=미 의회
그런데 볼커가 인플레이션 파이터 이미지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미 달러의 금태환을 중단한 1971년 ‘닉슨 쇼크’의 실무 책임자였다. 당시 존 코낼리 재무장관 밑에서 재무차관으로 일하면서 달러-금 태환 중단작업을 사실상 지휘했다. 거칠게 말해,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씨앗을 뿌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볼커는 강(强) 달러를 유도한 인물로 꼽히기도 한다. 당시 달러 지수(DXY)는 100선을 밑돌다 1985년 160선까지 치솟았다. 달러 지수는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 통화를 바스킷으로 묶어 달러 가치 흐름을 지수화한 것이다. 볼커의 강달러는 1985년 플라자합의에 의해 꺾였다.
📌 여기서 잠깐!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란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에 있는 플라자 호텔에서 당시 G5인 미국과 일본, 프랑스, 서독, 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들의 모임에서 합의된 통화관리 원칙이다.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일본과 서독 등이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올리기로 했다.
볼커와 2022년 강달러 사이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영국 경제분석회사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제이비 코로미나스 거시전략 담당 이사는 기자와 통화에서 ‘엄격한 통화정책-느슨한 재정정책’을 공통점으로 꼽았다.
1980년대 Fed는 아주 공격적으로 돈줄을 죘다. 기준금리를 2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반면, 재정적자는 계속 늘어났다. 통화긴축-재정완화는 강한 달러가 만들어질 수 있는 칵테일(조합)이다.
실제 80년대 초반 미국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무역과 재정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에 시달렸다. 최근 미국도 비슷하다. 팬데믹 이후 미 연방정부는 공격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렸다.
코로미나스 설명대로라면 강달러 흐름이 꺾이기 위한 여러 조건 가운데 하나가 드러난다. 바로 Fed의 긴축이 완화되고 미 연방정부의 재정지출이 줄어드는 조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