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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만원 나무 벼락 맞아 4억…'뻥튀기' 조경수 영동군이 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충북 영동군이 추진하는 레인보우 힐링관광지 조성 사업. 사진 영동군

충북 영동군이 추진하는 레인보우 힐링관광지 조성 사업. 사진 영동군

감사원 “1차 감정평가 무시, 고가에 조경수 구매” 

충북 영동군이 한 그루에 4억원을 주고 산 ‘천년 느티나무’의 애초 감정가가 4550만원에 불과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7일 감사원에 따르면 영동군이 2023년까지 공공과 민자 2693억원 들여 추진하는 레인보우 힐링관광지 조성 사업 과정에서 군이 감정평가를 무시한 채 고가의 조경수를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2020년 영동군이 의뢰한 1차 감정평가에서 4550만원이던 느티나무 한 그루 가격은 6개월 뒤 2차 감정에서 4억원으로 8배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소나무 4그루 가격은 7350만원에서 2억650만원으로 2.8배 불었다. 하지만 영동군은 산출 근거도 기재하지 않은 2차 감정평가를 토대로 몇 배나 비싼 값을 주고 나무를 샀다. 감사원은 “1차 감정평가액은 관련법 산출근거에 따라 적정하게 평가됐고, 영동군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경수 가격이 부풀려진 배경에는 경북 김천시 소재 조경업자 A씨의 요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박세복 전 영동군수 등 5명은 2020년 4월 A씨의 농장을 방문해 ‘천년 느티나무’ 등 조경수 5그루 구매를 추진했다. 당시 A씨는 “느티나무 수령이 1000년 이상이고, 벼락을 맞아 생긴 구멍으로 달을 볼 수 있어 ‘달을 품은 천년 느티나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감사원 전경. 뉴스1

감사원 전경. 뉴스1

도로사업 예산 10억원 부풀려 조경물로 전용

A씨는 느티나무 1그루 가격을 10억원, 농장 전체 조경물은 30억원을 제시했다. A씨의 판매금액이 1차 감정평가액에서 크게 벗어났지만, 군은 그해 9월께 “느티나무 등 군이 점찍은 조경수 5그루를 포함한 농장 전체 조경물(조경수 145주, 조경석 53개)에 대한 재감정 결과가 20억원 이상이면 매매를 진행한다”고 구두합의 했다.

군은 이 합의에 맞춰 2차 감정평가를 진행, A씨 농장 조경수 전체 구매 계획 예산을 21억6000여만 원으로 책정했다. 천년 느티나무(4억)와 소나무 4그루(2억원) 가격이 불어난 것도 이때였다.

영동군은 지난해 4월 A씨에게 느티나무 등 조경수 63그루를 1차로 구매하고, 대금 9억9000만원을 지급했다. 나머지 조경물(10억원)과 운반·식재비용(3억원)은 예산이 없어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느티나무와 소나무 4그루 외에 나머지 조경물의 구입 금액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감사원은 “영동군이 의회 몰래 확보한 예산으로 조경수를 구입했다”고 지적했다. 조경물 예산안이 군의회 의결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2021년 힐링관광지 내 순환도로 사업비 35억원에서 45억원으로 부풀려 의회 심의·의결을 받았다. 증액한 10억원은 의회 심의를 받지 않고 조경물을 구매하는 데 썼다.

감사원은 공직후보자 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박 전 군수의 비위를 인사혁신처에 통보했다. 당시 조경사업을 주도한 힐링사업소 팀장을 강등, 소장을 정직 처분하라고 지시했다.

산출 근거도 기재하지 않은 법인 2곳의 감정평가 결과가 타당한지 국토교통부에 조사 의뢰하고, 조경공사업 자격 없이 공사한 업자도 고발하라고 요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감사원 자료를 토대로 신속히 수사하고 군 관계자를 조속히 소환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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